[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은행이 연 2.50%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속해 상승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 시점 지연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채권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반등한 데다,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을 선별적으로 운용하는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주요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13~6.297%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도 연 3.76~5.64% 수준이다. 변동금리 역시 일부 우대 금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3% 금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은행채 5년물 기준) 금리는 연 4.130~6.297%로 집계됐다. 혼합형 금리 상단은 지난해 11월 중순 약 2년만에 처음 6%대를 돌파했으며, 이후 2개월만에 6%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이달 4개월 연속 상승해 2.89%까지 올라갔다. 넉 달간 상승폭이 0.4%포인트에 달한다.
이러한 주담대 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가 금리 인하에서 동결로 바뀌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은은 지난 2025년 1월 3.00%였던 기준금리를 2월 2.75%로 인하하고, 5월 2.50%로 낮춘 이후 연내 인하한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5년 8월 금통위 이후에도 금통위원 대다수가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의견이었다.
하지만 높은 환율과 부동산 가격이 금리 인하에 발목을 잡으면서, 10월과 11월에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졌고, 올해 1월 첫 금통위에서도 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종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등의 문구가 삭제됐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바탕으로 중·장기 채권금리가 이미 낮아져 있었으나, 동결 기조로 바뀌면서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반영돼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 채권 금리(은행채 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비용 부담을 키우며,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인상 요인으로 반영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도 은행 대출금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면서, 은행들은 같은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하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확대하기보다 선별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고, 늘어난 자본 부담과 규제 비용은 금리 산정 과정에서 가산금리 형태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해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금리가 0.5%이던 시기에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은 당시 2%대 혼합형 금리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5년 고정기간이 끝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에 5%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실제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는 28만428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정점에 달했던 2009년(29만703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이 이후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해당 부동산을 경매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시장금리와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한은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결정 기조가 다시 인하로 선회할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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