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유재명이 연 문을 서현진이 완벽하게 닫는다. 이보다 '러브 미'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유재명의 섬세한 열연이 이야기의 문을 열어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뒤 서현진의 감성 짙은 멜로가 그 감정을 단단히 붙잡는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호흡으로 두 배우는 '러브 미'를 끝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한 JTBC 금요시리즈 '러브 미'(극본 박은영, 연출 조영민)는 내 인생만 애틋했던 조금은 이기적이라 어쩌면 더 평범한 가족이 각자의 사랑을 시작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스웨덴 오리지널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총 12부작 중 8회까지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은 여느 가족처럼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서준경(서현진 분) 가족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게 된 미란(장혜진 분)을 중심으로 준경 진호(유재명 분) 준서(이시우 분)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견뎌왔다. 같은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한 감정은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준경에게 미란은 '아픈 손가락' 그 자체였다. 자신이 놓고 간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빗길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준경은 미란을 마주할수록 괴로워했고 그 감정은 엇갈린 방식으로 쌓여갔다. 결국 두 사람의 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골을 만들었다.
거동이 불편한 미란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퇴직을 선택한 은호. 이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이 모두 모인 날 미란의 표정은 유독 어두웠다. 이를 견디지 못한 준경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고 그날의 말들은 결국 서로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미란이 세상을 떠난 뒤 준경은 그제야 후회하며 참아왔던 감정을 쏟아낸다. 남겨진 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보듬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으며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기 시작한다.
준경은 옆집 남자 주도현(장률 분)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둔 외로움과 상처를 들여다보며 사랑을 배워간다. 미란을 떠나보낸 뒤 시간을 견뎌온 진호 역시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가이드 자영(윤세아 분)과 조금씩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다.
한편 연구원 인턴직 제안을 받으며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을 느꼈던 준서는 연인 윤솔(김샤나 분)로부터 다른 남자와 잤다는 고백을 듣고 무너진다. 이별 이후 인턴직마저 내려놓은 그는 오랜 소꿉친구 지혜온(다현 분)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며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이처럼 '러브 미'는 각 세대가 느끼는 상처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회복해 가는 과정을 차분히 그려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 서사의 중심에는 유재명과 서현진이 있다.
유재명은 아내를 잃은 뒤 충분히 아파하고 그 아픔을 통과한 끝에 다시 사랑을 선택하기까지의 시간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다. 홀로 여행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 과정에서 만난 아내의 환영. 그럼에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자영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 역시 서두르지 않는다.
특히 '이래도 될까'라는 질문 앞에서 망설이는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점이 인상 깊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지만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는 여전히 슬픔이 배어 있다. 상실 이후의 사랑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의문점을 자아낼 수 있음에도 시청자들이 진호의 선택을 납득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유재명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유재명이 극 초반 서사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면 서현진은 그 시청자들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서현진은 스스로를 외로움 속에 가둔 채 살아온 준경이 사랑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초반 준경은 웃고 있지만 차갑고 무미건조하다. 그러나 도현과의 일상을 통해 점점 사랑 앞에서 솔직해지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해 가는 속도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조율한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준경이라는 인물을 납득하며 따라가게 된다. 특히 미란의 죽음 이후 전화기를 붙잡고 후회와 슬픔을 쏟아내는 장면은 서현진의 감정 연기가 왜 신뢰받는지 다시 한번 증명한 순간이었다.
또한 서현진 특유의 차분한 내레이션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방식은 '러브 미'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러브 미'는 유재명과 서현진의 열연으로 하나의 '인생 멜로' 탄생을 예감케 하고 있다. 다만 시청률은 1~2%대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금요일 2회 연속 편성이라는 독특한 구조와 잔잔한 멜로라는 장르적 특성상 주목도가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러브 미'를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상처와 회복, 그리고 사랑이라는 쉽지 않은 감정을 끝까지 정직하게 그려내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게 '러브 미'의 매력이다.
'러브 미'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2회 연속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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