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10여 년간 지속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전모를 기록한 신간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가 출간됐다.
저자는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지난 10년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백서 발간 소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사태의 최전선에서 기록을 이어온 평론가다.
앞서 정부 차원에서 발간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2019)'는 총 10권, 662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탓에 전문가들조차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장르별로 사건이 나뉘어 있어 부처 간 연관성을 살피기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책은 파편화된 기록들을 시간순으로 재배열하여 독자들이 사태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백서 작성 당시 누락되었던 주요 사건들을 대거 보충해 기록의 사각지대를 메웠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이어진 블랙리스트의 계승책은 유인촌 전 장관이 부인해 온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실행을 명백한 사실로 '역사화'하는 데 주력했다.
저자는 당시 구축된 좌파 척결 전략이 어떻게 박근혜 정부로 계승되어 심화되었는지를 낱낱이 밝힌다. 특히 집필 막바지에 발생한 12.3 계엄 사태와 그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나타난 검열 및 인사 양상까지 긴급히 추가 수록하며 현재 진행형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경종을 울린다.
또한 기존 백서가 기관들의 가해 사실 위주였다면, 이 책은 피해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상세히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립극단, 팝업씨어터,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의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국가 권력이 예술가 개인의 삶과 창작 환경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증언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기억을 역사에 정식으로 기입함으로써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김미도 교수는 서문을 통해 "기록하는 것만이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의지로 유인촌 장관의 재임 중 벌어진 만행들을 정리했다"며, "이 책이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심화된 연구를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 / 김미도 / 연극과인간 / 512쪽 /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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