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은 희망으로 부풀기 마련이지만 솔직히 기대감은 낮다. 곳곳이 지뢰밭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3대(김건희·내란·채해병) 특검의 미진한 부분을 수사하기 위한 2차 종합특검법을 올해 1호 법안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통일교와 신천지 특검까지 우선 처리할 계획인 만큼 새해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하다. 법왜곡죄와 재판 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안을 두고서도 여야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여야가 이전투구를 벌일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야 지도부의 운명이 걸린 선거이면서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역량에 대한 시험대라는 정치적 의미가 있어서다. 총력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거대 양당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앞뒤 가리지 않는 구태 정치를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 고질적인 악성 선거 풍토가 정책 선거보다 우선시 됐던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기우이기를 바라면서도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건 그동안 상습적으로 충돌해 온 여야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일 것이다. 지난해 각종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폭주는 상대를 탓하기가 무색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막말과 폭로로 얼룩졌다. 민생 입법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 192건은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선거구획정 시한이 한참 지난 12월 22일에서야 구성됐고, 개헌특위는 아예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위기의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아야 한다는 여야의 외침은 한낱 허언으로 들리는 것도 정치 불신이 강해서다. 여당은 수출 호조와 코스피4000 시대 등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직과 불황 여파로 체감 경기는 어렵다. 야당은 정책 경쟁보다는 정부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정치 공세에 치중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눈앞의 이익만 좇는 행태를 보면 '왜 정치를 하는지'를 잊은 것만 같다. 이런 국회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와 같이 정치판을 요동치게 할 뇌관이 도사리고 있기에 괜히 올해도 정치권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게 아니다. 정치 전반의 분위기를 보면 여야가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끊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국회 파행의 원인은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힘으로 몰아붙이면 된다는 강압적 태도가 컸다. 야당도 견제와 감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치력의 부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소수정당들은 철저하게 외면됐다.
병오년 새해를 정쟁으로 열면 참담할 듯하다. 지난해의 못된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여야는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다수파의 전횡과 소수파의 몽니는 그만 보고 싶다. 미워도 다시 한번 상생의 정치가 숨쉬는 국회가 될 것으로 믿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정치권이 이런 쓴소리가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염치가 있다면 '억 단위' 세비 만큼 일은 해야 할 것 아닐까. 부디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