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2025년 SBS 드라마는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때문에 올해도 'SBS 연기대상'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판세다. 지난해 배우 지성 장나라 박신혜의 삼파전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했다면, 올해는 고현정 이제훈 박형식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연초를 화려하게 연 박형식부터 하반기를 책임진 고현정과 이제훈까지. 세 사람 모두 '대상'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만큼 과연 누가 2026년 SBS의 얼굴이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2025 SBS 연기대상'이 오는 31일 저녁 8시 50분에 SBS에서 생방송된다. 방송인 신동엽과 배우 채원빈 허남준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올 한 해 SBS를 빛낸 배우들이 총출동해 2026년을 결산하는 축제의 장을 연다.
그중에서도 대상 트로피를 두고 펼쳐질 경쟁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다. S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사 방송사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대상 후보에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이하 '사마귀')의 고현정, '보물섬'의 박형식,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의 윤계상, '모범택시3'의 이제훈, '나의 완벽한 비서'의 한지민 등 총 5명(가나다 순)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고현정과 이제훈 박형식은 작품 성과와 화제성, 호평 등을 두루 갖춘 후보로 꼽히며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사마귀' 고현정 – 이름만으로 증명한 무게
먼저 고현정은 '사마귀'를 통해 다시 한번 왜 그가 고현정인지를 증명했다.
지난 9월 첫 방송해 10월 25일 막을 내린 작품은 잔혹한 연쇄살인마 사마귀가 잡힌 지 20년이 지나 모방범죄가 발생하자 사건 해결을 위해 한 형사가 평생을 증오한 사마귀인 엄마와 예상 못한 공조수사를 펼치며 벌어지는 고밀도 범죄 스릴러를 그렸다.
'사마귀'는 장르적 자극에 기대기보다 인물의 내면과 감정의 결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린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살인범으로 수감된 사마귀 정이신 역을 맡아 눈빛과 호흡으로 서사를 끌고 간 고현정의 내공이 있었다. 고현정은 단순한 살인마가 아닌 아들을 향한 뒤틀린 모성애와 인간적 고뇌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시청자의 몰입감을 도왔다. 특히 "피 냄새? 난 좋아. 네가 태어날 때 나던 냄새잖니"라는 대사 한마디로 정이신의 의뭉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내며 안방극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청률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후보 드라마와 달리 8부작이라는 짧은 회차에도 불구하고 7.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작품은 6~7%대의 시청률은 유지하며 최고 시청률 7.5%를 기록했다. 무거운 범죄 스릴러 장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욱 괄목한 만한 수치다.
◆ '모범택시3' 이제훈 – 프랜차이즈를 완성형으로 끌어올린 간판.
이제훈에게 '모범택시3'는 단순한 시즌 연장이 아니었다. 이미 성공 공식을 가진 시리즈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프랜차이즈의 완성도를 새로 썼다.
현재 방송 중인 '모범택시3'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앞서 2021년 시즌1으로 시작해 2년마다 새 시즌을 공개하며 탄탄한 시청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훈은 이번 '모범택시3'에서 액션과 감정 연기를 오가는 고난도 연기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깊어진 김도기의 얼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제는 '이제훈 없는 모범택시'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배우와 캐릭터가 완전히 혼연일체 된 모습이다.
시청률과 화제성도 앞선 시즌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두 시즌에 비해 비교적 낮은 시청률인 9.5%를 시작했지만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가장 최근 방송된 12회는 1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물론 이제훈은 이미 2023년 '모범택시2'로 한 차례 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럼에도 시즌3까지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며 '김도기'라는 고유명사를 고축한 공이 크다. SBS 입장에서도 이제훈은 이제 확실한 카드가 됐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견인한 주연, 그리고 시리즈를 브랜드로 만든 얼굴이라는 점에서 대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
◆ '보물섬' 박형식 – 가장 강력한 반전 카드
올해 초 SBS 드라마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던 '보물섬'의 박형식은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다. 그동안의 이미지를 뒤로하고 야망과 복수에 불타는 처절한 얼굴을 보여주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분명한 변곡점을 찍었다.
지난 2월 첫 방송돼 4월 막을 내린 '보물섬'은 2조 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 분)가 자신을 죽인 절대 악과 그 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인생 풀베팅 복수전을 담았다.
박형식은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과감히 벗어나 야망과 욕망, 불안과 분노를 모두 끌어안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특히 초반의 조심스러움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폭발하는 감정선은 '박형식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나'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대선배 허준호와의 팽팽한 연기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이며 "박형식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끌어냈다.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가산점이다. '보물섬'은 첫 회 시청률 6.1%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최고 시청률 15.4%를 찍고 막을 내렸다. 박형식의 연기가 작품의 중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처럼 스타성에 기대지 않고, 연기로 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상 레이스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를 가진 후보라 할 만하다.
고현정은 '연기의 무게'로, 이제훈은 '프랜차이즈를 완성한 얼굴'로, 박형식은 '가장 강렬한 성장 서사'로 대상 후보 자격을 증명했다. 작품의 결도 연기의 방향도 다르지만 세 사람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2025년 SBS 드라마를 빛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누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오랜만에 '결과보다 과정이 더 설득력 있는' 삼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SBS의 마지막 선택은 누가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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