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트래블카드 경쟁 격화…하나카드, 체크카드로 선두 굳히기


여행 시장 노리는 카드사…체크카드 판 '흔들'
다음해 편의성 경쟁 지나 혜택 경쟁 본격화 '주목'

올해 해외여행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카드사간 경쟁이 뜨거웠다, /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해외여행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카드사간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업계 최초 트래블카드를 출시한 하나카드가 올해도 선두를 지켜낸 모양새다. 별도의 연회비를 받지 않는 체크카드에 확실한 혜택을 담으면서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결제 선호도를 기울이는 지형변화도 일으켰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주요 신용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신용·체크카드 해외승인잔액은 각각 12조7071억원, 5조874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신용카드 부문에서 가장 높은 신용판매잔액을 올린 곳은 현대카드로 연간 11.77% 증가한 3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체크카드 신판잔액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카드로 같은 기간 16.82% 오른 2조63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카드업계가 여행 시장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원년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2년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를 출시하면서 해외여행객 공략에 성공하자 지난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 또한 잇따라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올해가 트래블카드 경쟁이 본격화된 첫 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하나카드가 견조한 성장세를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분기 하나카드의 개인 체크카드 해외승인잔액은 7088억원으로, 시장점유율 45.02%를 기록하며 우위를 보였다. 이후 휴가 수요가 집중된 3분기 말 기준으로도 시장점유율 44.82%를 유지해 경쟁 심화 환경에서도 탄탄한 지배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을 기점으로 해외여행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2023년 3월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신용카드 해외승인잔액은 5098억원으로, 같은 비지주계열 카드사인 삼성카드보다 약 1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도입 1년 뒤인 지난해 3월 해외승인잔액은 7906억원으로 늘며 업계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는 전년 대비 55.08%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신용카드 승인잔액 증가율인 19.56%를 크게 웃돌았다.

금융권에서는 카드업계가 여행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핵심 요소를 두고 '편의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를 통해 업계 최초로 환전수수료 면제를 내세웠고,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앞세워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를 갖춘 해외 가맹점에서 간편결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QR코드, 플랫폼 간소화 등 편의성에 몰두하는 배경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외 관계없이 결제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의성이다"라며 "단 해외의 경우 낯선 환경에 놓이는 만큼 편의성으로 얻는 효용감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다음해 트래블카드 시장 재편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여행 시장은 지난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하늘길이 열리자 발빠르게 회복했는데 업계에서는 추가 성장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관측한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개별 상품 마케팅은 물론 플랫폼 강화 등 경쟁이 예고되는 이유다.

카드 종류별로 살펴보면 해외여행 관련 소비에서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선호가 뚜렷하다. 해외여행이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연회비 부담은 없으면서도 필요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지난 11월말 기준 카드사 8곳의 신용카드 승인잔액은 전년 대비 3.0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22.51% 늘어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 회복한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개인 신용카드 해외승인잔액은 14.08% 증가했지만, 개인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127.18% 확대됐다. 다음해 여행 시장에서 체크카드의 추가 성장 여지가 충분한 이유다.

트래블카드 경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별화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초기에는 환전수수료 면제와 간편결제 도입 등 사용 편의성을 앞세워 해외여행객을 확보해 왔다면, 향후에는 소비자 혜택을 어느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확대할 수 있는지가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기본 혜택을 유지하는 한편 카드사 자체 혜택을 보완해 이용자층을 넓히는 방안도 하나의 전략으로 제시된다.

남은 과제는 여행 시장에서의 수익성 제고 여부다. 별도의 연회비를 받지 않는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끈 만큼 수익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가 트래블카드를 통해 점유율 확대 외에 뚜렷한 실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여행 시장에서 큰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라면서도 "단 사업적인 성과나 소득이 없다면 비용 절감 차원의 혜택 축소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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