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2025년, 올해의 마지막 비즈토크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강력한 구두개입과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 등의 조치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구조적인 달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금리 인상 역시 가계부채 부담으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고요.
삼성전자의 경우 자회사 하만을 통해 조 단위 인수합병을 단행하며 그동안 멈춰 있던 인수합병(M&A) 행보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금번 거래는 전장과 같은 고성장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경영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삼성 내부에 M&A 전담 조직까지 가동되면서 향후 추가적인 빅딜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 '국장 복귀 서학개미' 비과세…국민연금 환헤지 '지원 사격'
-1500원대를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였다고요.
-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5원 내린 1440.3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환율은 개장 직후 1454.3원을 기록했으나 장중 15원 넘게 하락하며 1438.5원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전 거래일인 24일에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구두개입, 기획재정부의 환율 안정 대책 등이 맞물리며 전날보다 33.8원 급락한 1449.8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1400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었으나 11월 1420원대, 12월 초 1470원대로 상승했다가 성탄절 이틀 전인 23일 1480원대까지 급격히 올랐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원화 약세를 진정시킨 걸까요?
-외환당국은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의 공동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기재부는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 동안 비과세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수입배당금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해외 투자를 국내로 유도해 수급 문제를 완화하려는 조치였습니다.
-국민연금도 환율 안정에 동원된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은 외환당국과의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과 환헤지 확대로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은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렸습니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를 한국은행 보유외환으로 대체해 현물환 시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전략입니다. 또 해외 투자 자산의 최대 10%까지 '전략적 환헤지'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조치가 발동될 경우 하루 2~3억달러 수준의 달러 공급 효과가 발생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앞으로 계속 환율이 하락할 수 있을까요?
-정부와 한국은행의 조치가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환율을 결정짓는 외환의 공급(달러 유입)과 수요(달러 유출)의 기본적인 균형이 장기적으로 무너진 '구조적 수급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인데요. 현재는 달러 유출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흔히들 표현하는 '환율오적'이 있는데요. △국내 기업의 달러 보유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 △트럼프 정부 이후 연간 200달러의 대미 투자 등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달러 수요를 높이고 원화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가치를 높여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성장률 △물가 △환율 △가계부채 등 네 가지입니다. 현재 성장률 일부 개선, 물가 상승, 환율 상승이라는 점만 보면 금리 인상 요인이지만, 가계부채가 걸림돌입니다. 가계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자 부담 급증으로 소비 위축과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96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실제 지난 11월 27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를 통해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를 하려고 하시는 위원 분은 없었다. 현시점은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 국내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고환율 국면과 2025년 현재상황은 '문제의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지며 주가 하락, 환율 급등, 금리 상승이 동GH시에 나타났습니다. 반면, 현재는 주가와 환율, 금리(시장금리)가 함께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금이 다소 빠지긴 했지만 2025년 3분기 누계 직접투자(FDI) 신고액이 206억5000만달러 수준입니다.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죠. 자금유출이 나타난다고 보기 어렵죠.
실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5년물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준 22.05bp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의 부도 위험을 수치로 나타내는 일종의 보험료로, 이 수치가 오를수록 시장은 해당 국가가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탄핵 정국과 맞물려 올해 4월 45.87bp로 상승했지만,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인 지난 9월에는 17.59bp까지 떨어졌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CDS 프리미엄은 650bp, 08년 금융위기때는 690bp까지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죠.
◆ 가장 시급한 과제는 통화정책 정상화와 재정 건전성 강화
-장기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환율은 단순히 달러와의 가격차가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적 신뢰를 반영한 지표입니다. 결국, 단기적인 제도 시행과 시장 개입을 넘어서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체력과 투명성,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아가야 합니다. 원화 가치를 높이려면 크게 △경상수지·수출 경쟁력 강화 △외국인 직접투자 및 장기 자본 유치 확대 △통화정책 정상화 △재정 건전성 강화 및 국가 신용등급 유지 등이 필요한데요. 현재 경상수지는 2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부진하지 않은 만큼 단기 환율 변동의 핵심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통화정책 정상화와 재정 건전성 강화입니다. 한국은행의 M2(광의 통화)는 10월 기준 4487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간 증가율은 연 8.5~8.7%로 미국 등 주요국의 증가율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높은 유동성 확대는 단기 소비·투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환율 상승·자산시장 변동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기에 적정 수준의 통화량 제어가 필요합니다. 또 KDI는 올해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3~3.6%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100조원 이상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훼손은 국채 발행 증가와 금융시장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환율 불안 요인이 됩니다.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고, 국민들이 불필요한 불안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네요.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