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종목들③] "유증 또 연기" 시총 9조 기업의 몰락…금양, 상폐 위기 현실로


유증 납입일 6차례 연기, 자금 유입 여전히 불투명
불성실공시 누적 17점, 거래정지 장기화

한때 2차전지 대장주로 떠올랐던 금양은 수차례 유상증자 납입 지연으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금양

올해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모든 종목이 그 흐름을 타진 못했다. 상승장에도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 기업들이 있다. <더팩트>는 시가총액 규모와 하락폭을 기준으로 다섯 종목을 선정해, 이른바 소외된 종목들이 하락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요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때 시가총액 9조원을 웃돌며 2차전지 테마주로 주목받았던 금양이 끝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자금 부족에 직면한 금양은 4000억원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자금 납입이 수차례 지연되면서 위기 해소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개선기간 종료일이 앞으로 약 4개월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반복된 납입 연기로 시장에서는 상장폐지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24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한 정정공시를 제출하고 납입일을 다시 연기했다. 당초 2025년 12월 24일로 예정됐던 납입일은 2026년 2월 15일로 변경됐고, 신주 상장 예정일도 2026년 3월 9일로 조정됐다. 유상증자 구조나 발행 조건에는 변동이 없지만, 자금 유입 시점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금양 관계자는 "유상증자 대금 납입 지연으로 주주와 투자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며 "투자사는 기존에 국내로 반입했던 수표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 달러로 환전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홍콩에 스카이브 법인을 설립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2026년 1월 중 회차별로 단기차입금 형태의 납입을 추진하고, 최종 납입은 변수 가능성을 감안해 2026년 2월 15일을 목표로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양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달 자금은 부산 기장에 건설 중인 원통형 배터리 공장과 설비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납입일은 8월 2일을 시작으로 9월 3일, 9월 17일, 10월 17일, 11월 28일, 12월 24일까지 5차례 연기됐다. 이후 이번 정정공시를 통해 최종 납입일은 다시 2026년 2월 15일로 밀렸다. 유상증자 지연이 반복되자 금양은 지난 3일 유상증자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405억원을 단기차입금 형태로 우선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실행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금양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고 2026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으며, 기한 내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금양

금양은 이미 불성실공시 누적 벌점 17점을 기록한 상태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코스피200에서도 제외됐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금양에 대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오는 2026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해당 기한까지 재무구조 개선과 상장폐지 사유 해소에 실패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유상증자 대상자인 스카이브의 실체를 둘러싼 의문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당 법인은 올해 3월 설립된 신설 법인으로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할 재무적 근거는 공시를 통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유상증자 조건 역시 논란을 키웠다. 신주 발행가는 기준주가 대비 50% 이상 할증된 수준으로 책정됐고, 상환전환우선주(RPS)에는 납입 직후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조건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금 조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을 떠받칠 인력 기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금양의 임직원 수는 올해 1월 484명에서 10월 기준 242명으로 반 토막 났다. 11월 이후 퇴사자를 감안하면 실제 인원은 더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생산·공정관리 인력까지 빠져나간 상황에서, 자금이 확보되더라도 공장을 정상화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양의 재무 상태 역시 이미 한계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양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6260억원 많은 상태이며, 누적 결손금도 2000억원을 넘어섰다. 배터리 공장 준공 일정은 잇따라 연기됐으며, 영업 실적 개선 신호도 뚜렷하지 않다.

금양 관계자는 "납입 일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투자사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변수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 공장 완공과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진행 상황은 확정되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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