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굴착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연약한 지반 조건에서 흙막이벽체와 차수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시공·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25일 이문동 굴착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지하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는 분야별 민간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지반조사, 관계자 청문, 3차례의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총 5차례의 회의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규명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7월 23일 오후 7시 33분경 동대문구 신이문로 28길 굴착공사장 인접 보도에서 발생한 면적 13.5㎡, 깊이 2.5m의 지반침하 사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접 건물 1개소가 철거되는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연약한 지반 조건에서 굴착면 안정성 확보를 위한 '흙막이벽체'와 지하수 유입 차단을 위한 '차수 시공'이 적정하게 이행되지 않은 점을 제시했다. 흙막이벽체의 누수와 토사 유실이 반복되면서 땅속 빈 공간(공동)이 형성됐고, 사고 당일 누수 범위가 확대되며 지반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흙막이벽체(CIP) 콘크리트 타설 시 시방기준에 따른 트레미관을 사용하지 않아 재료분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 유속이 큰 조건에서 콘크리트 유실이 가중돼 흙막이벽체 기초가 불완전하게 형성됐다.
또한 지속된 누수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하안전평가서에는 지하수 유출 시 추가 그라우팅을 시행하도록 명시돼 있었지만, 국부적인 수평그라우팅만 반복됐을 뿐 수직그라우팅을 통한 근본적인 지반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는 위반 사항에 대해 시공사 영업정지(4개월), 감리사 업무정지(2년 이하) 등의 행정처분을 관계 부서(기관)에 요청했다.
또 사조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련 기준과 제도를 보완하고,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하안전평가 매뉴얼을 개정해 계측관리와 공사진동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다수 계측기에서 이상 변위가 감지되면 관리 기준치와 관계없이 즉각 대응하도록 하고, 차수그라우팅 인접부 발파 및 공사 진동 영향 최소화 방안도 포함한다.
아울러, 법령·규칙 개정을 통해 관리주체의 책임과 고위험 지반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에 나선다. 지반조건 위험도에 따라 차수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 의무화, 감리자격 강화 등을 추진한다.
시는 굴착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침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반침하 관측망 구축 △굴착공사장 주변 GPR 탐사 확대 △민관 합동점검 등을 중심으로 상시 감시·점검 체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한병용 서울시 재난안전실장은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하고, 사조위가 제시한 지하안전 확보 방안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지속 관리하겠다"면서 "지하안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 시민이 안심하는 도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