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2026년 은행권 업황이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대출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기업대출 위주로 전환되는 가운데 금리 하방 경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우려가 나타난다. 건전성 지표에 대해서는 경기 부진으로 인한 차주 부담 상승으로 악화될 것이란 의견과, 금리 인하로 인해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엇갈렸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나이스신평,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들은 2026년 은행업 산업전망을 '중립/안정(Stable)' 수준으로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3대 신평사는 은행업 전반적으로 여신 성장의 둔화세가 나타날 것이라 내다봤다. 경기침체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여신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것이란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2025년 하반기 시장 금리상승이 대출금리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며 단기적인 NIM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중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예금금리 리프라이싱 영향 등으로 NIM 하락 흐름이 지속되겠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평은 "2026년에도 2025년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규제 강화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생산적금융 강화로 기업대출은 증가할 전망이나, 부진한 실물경기 속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건전성 관리는 지속되면서 은행업 전반적으로 여신 성장의 둔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완화된 금리 경쟁과 국채와 정책금융채 발행,가계대출 관리기조 강화로 인한 높은 가산금리 등으로 인해 NIM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홍콩ELS 과징금 등 비경상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 H지수 ELS관련 과징금 사전통지액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 합산 약 2조원 수준이다. 해당 사안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상정됐으나 내년으로 논의가 미뤄진 상태다.
다만, 해당 은행들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행한 상태다. 이들은 금융소비자에 대해 1조4000억원 규모로 자율 배상을 실시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충실히 마련 중에 있다. 감경 사유가 받아진다면 최대 75%까지 기본과징금이 경감될 수도 있다.
건전성 지표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신평은 금리인하 효과와 더불어 정부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인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나이스신평은 경기 부진으로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13개 일반은행 합산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0.24%, 2023년 0.30%, 2024년 0.34%로 상승세이며, 같은기간 연체율 역시 0.30%, 0.35%, 0.38%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는 두 지표 모두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은행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3%에서 9월 0.41%로 줄었으며, 같은기간 연체율은 0.44%에서 0.43%로 감소했다.
한신평은 "6~12개월의 시차를 둔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되고,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지속으로 건전성 지표가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라며 "생산적금융 정책에 따른 벤처·중소기업대출 확대는 경기 민감도와 신용리스크 변동성을 높일 수 있으나, 리스크 관리 기조 감안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나이스신평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연체율 급등을 억제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에 대해 업황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9일 '글로벌 은행업 2026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은행 시스템의 영업환경은 완만한 성장, 글로벌 교역 둔화, 지정학적 긴장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소상공인과 저소득 가계가 경기 회복에서 소외되면서, 일부 은행의 소매·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과 태국의 경우 민간 부문 레버리지(부채 비율)가 높아 소상공인·개인신용 대출 성과 악화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특히 한국에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와 관세 충격 등이 부담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무디스는 "한국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건설 부문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홍콩 상가·오피스 시장 공실, 중국·한국의 일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잠재적인 자산건전성 리스크로 지목했다.
관세 충격과 관련해서는 "관세 영향을 받는 산업에 대한 신용 공급을 확대하면서 한국 은행들의 대출 성장이 빨라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이 더 빠르게 늘어나 자본적정성이 다소 희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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