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2025년은 건설업계에 녹록지 않은 한 해였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기조 속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안전 사고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반의 경영 부담이 가중됐다.
◆ 매출 줄고 원가 부담 늘고…지표로 확인된 업황 부진
건설업계 분위기는 연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1월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대저건설, 삼부토건, 안강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 9곳에 달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며 줄도산 우려가 확산됐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0% 급감한 수치이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2.3%나 줄어든 규모다. 통상 가을 성수기로 꼽히는 10월에 수주가 크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같은 기간 건설 기성액도 10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9.6% 줄었고, 전년 동월 대비 23.7% 감소했다. 지난해 5월부터 18개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감소폭도 확대됐다. 기성 부진은 고용으로 직결돼 건설업 취업자 수 역시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매출 지표에서도 건설업 부진은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4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업 매출액증가율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수치를 보였다. △2024년 3분기 -3.20% △2024년 4분기 -5.24% △2025년 1분기 -8.73% △2025년 2분기 –8.92% △2025년 3분기 -4.88%를 기록하며 매출 감소 흐름이 지속된 것이다. 신규 수주 부진과 기존 사업의 공정 지연, 분양시장 회복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출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2.88%로 전분기(-1.66%) 대비 4.54%p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극명하다.
원가 부담 역시 건설업을 옥죄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130.12로 올랐고, 올해 10월에는 131.74로 131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5년 새 약 30% 뛴 수치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 후반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李 대통령 질타에도 잇따른 사고…업계 위축
설상가상으로 건설현장 연이은 사망사고는 업계를 더욱 위축시켰다. 지난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현장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올해 유독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여러 건설사 대표들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공사현장에서는 올해 근로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만 4월, 12월 두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잇단 사망사고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불과 5일 뒤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3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457명으로, 이 중 건설업 사망자가 2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7명) 늘어났다.
이처럼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불법 하도급과 인력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의 어두운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이달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년 건설업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내년 건설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착공 및 기성 감소와 고물가 등 대내외 불리한 산업 환경이 이어지면서 건설업황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