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종목들②]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DI동일…1년 새 60% '뚝'


논란 이후에도 주가 약세 지속…투자심리 냉각
실적·수급·지배구조 변수 겹쳐

지난 9월 슈퍼리치와 금융회사 전·현직 임원들이 1000억원대의 자금을 동원해 DI동일 주가를 조작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DI동일 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윤정원 기자] DI동일 주가가 2025년 하반기 급락 이후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사건 1호' 브리핑에서 DI동일이 표적 종목으로 거론된 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이후 지배구조 이슈와 실적 둔화까지 겹치며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 5만원에서 2만원으로 '뚝'…DI동일, 주가조작 최대 피해자로

DI동일은 1955년 9월 설립된 섬유 중심 기업이다. 동일방직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면방·직물 등 섬유소재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후 알루미늄 압연·가공 등 소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1964년 1월이다. DI동일은 6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스피 상장사로 자리했으나 최근 주가는 암담하기만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DI동일의 종가는 전 거래일(2만500원) 대비 0.24%(50원) 오른 2만550원이다.

올해 1월 2일 DI동일은 4만9200원으로 개장하며 한 해의 물꼬를 텄다. 5만원 언저리에서 소폭 등락하던 DI동일은 자회사 동일알루미늄 흡수합병에 대한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이 시작되며 5월 말 장중 한때 3만1000원대(5월 29일 3만10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DI동일은 약 한 달 만에 4만원선을 회복하고 큰 부침 없는 성적을 보였다.

주가 흐름의 분기점은 9월 하순이었다. 지난 9월 2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종합병원 이사장과 대형학원 운영자 등 슈퍼리치들이 전현직 금융사 임원들과 짜고 1000억원대 주가 조작을 벌여 40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들과 결탁한 전현직 금융사 임원들은 DI동일의 주가가 출렁이는 틈을 타 고가매수나 가장매매, 허수주문 등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9개월간 거의 매일 주가를 2배 이상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합동대응단의 주가조작 관련 발표와 함께 관련 종목으로 DI동일이 거론됨에 따라 주가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DI동일 주가는 23일 전 거래일(3만6550원) 대비 29.37%(1만950원)나 빠지며 하한가를 찍었고, 24일에도 16.34%(4200원)나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당시 시가총액은 단 3일 만에 3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회사 측은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서태원 DI동일 대표이사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주가 조작 사건과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 주가 조작과 관련한 피해자임을 명확히 밝힌다"며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이 명확해지길 바란다는 취지를 밝혔다. 다만 조사 진행과 별개로 주가는 이후에도 박스권에 갇혔고, 투자심리 회복은 더뎠다.

올해 초 5만원선을 호가하던 DI동일은 이달 24일 2만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더팩트 DB

◆ 지배구조에 실적까지 취약…매도세 키웠다

지배구조·수급 측면의 취약성은 DI동일을 주가조작 타깃으로 만든 데 이어 4분기 내내 주가 반등 가능성도 옥죄였다. 일가 지분율이 20%대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고, 재단이 최대주주로 올라서 있는 구조가 알려지면서 경영권 안정성 이슈가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배경이 악재 구간에서 매도세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I동일의 최대주주 등(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은 25.56%로, 최대주주는 정헌재단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가족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헌재단은 지분 13.14%를 보유하고, 서민석 명예회장과 서태원 대표는 각각 8.43%, 2.07%를 들고 있다.

실적도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DI동일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이 4636억원으로, 전년 동기(4905억원) 대비 5.47%(268억원)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16억원으로, 전년 동기 86억원에서 70억원으로 81.28%나 고꾸라졌다. 섬유소재 부문은 소비 둔화와 저가 제품 유입이, 알루미늄 부문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이 각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 주주들의 DI동일 주가 하락에 대한 반응은 '정보 공백'으로 모이는 분위기다. 소액 주주들은 그간 사건 경위와 대응 방향을 둘러싼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간담회 등 소통 창구를 요구해 왔다. 반면 회사는 '피해자'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형태의 추가 설명에는 소극적이었다는 게 투자자들의 토로다.

◆ "설비 투자·주주환원 병행"…DI동일의 반등 시나리오

DI동일은 내년 실적과 주가 반등을 위해 사업별로 수요처 확대와 설비 투자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DI동일 관계자는 "섬유사업 부문은 산업용 원사 가공·유통을 확대하고, 기능성 소재와 유니폼 소재를 중심으로 신규 수요처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알루미늄 사업부문은 2026년 청주에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전용 신공장을 완공한 뒤 하반기 중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I동일은 전기차(E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2차전지 소재 시장을 겨냥해 고부가 가공설비 투자와 신제품 개발도 추진한다. 관계자는 "환경소재·설비 부문에서는 기존 대형 전기집진 설비 외에 중형 전기집진 설비를 개발해 수익화하겠다"면서 "가구 부문은 고객 접점을 확대해 매출 증대를 도모하겠다"고 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소액주주 소통 강화 방안도 내놨다. DI동일 관계자는 "2025년 12월 보통주 1주당 5% 주식배당을 결정했고, 1985년 이후 41년 연속 배당을 이어오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약 3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DI동일은 주주 의결권 보장을 위해 2025년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주친화적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투자자 대상 소통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늘리고, 소액주주 간담회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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