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건넨 포고령 속 '처단' 문구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고 박 전 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박 전 총장은 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을 지냈다.
박 전 총장은 계엄 선포에 따른 전군 지휘관 회의 직후 김용현 전 장관에게서 '포고령 1호'라고 기재된 문건을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이 '포고령을 건네며 김 전 장관이 뭐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박 전 총장은 "포고령을 하달하라고 말했다"며 "법무검토·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김 전 장관이) 검토가 완료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단어 중에 '처단'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건 뭐냐' 하면서 놀라서 읽어봤다"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를 보고 계엄법에 의해 처벌하고 단죄하는 건가 보다, 군대에서 쓰는 용어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당시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3일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TV로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담화 진행 중 김 전 장관이 전투통제실로 들어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위해 화상을 개방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으로 하고, 부사령관은 합참 차장으로 한다'고 말했다"면서 자신이 계엄사령관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김 전 장관이 임명 이유를 말했느냐'고 묻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건 없었고 명령하면 순응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박 전 사령관은 포고령에 기재된 시간을 수정하기 위해 같은 내용을 다시 타이핑했다고도 밝혔다.
포고령 발령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도 증언했다. 박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하달됐나'고 물었고, 하달됐다고 하니 (윤 전 대통령이)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알려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사령관은 특전사 헬기의 서울 공역 진입 승인과 군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투입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사령관은 '전 육군참모총장으로서 계엄 선포 당시 상황이 전시 사변 또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상황이었냐'는 특검팀 질문에 "전시가 아닌데 계엄 상황이라길래 놀랐다"며 "내막을 전혀 모르고, 포고령 맥락도 이해 못해 우왕좌왕 당황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9일 3개의 내란 사건을 병합한 후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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