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출은 조이고 공급은 늘리는 '투트랙' 부동산 정책을 가동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고가주택 대출 문턱을 높이는 한편,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도 내놨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정책 기조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내년 부동산 제도가 크게 바뀐다. 거래·대출·세제·임대·정비사업 전반이 조정 대상이다. 달라지는 주요 제도를 짚어본다.
◆ 거래·자금 출처 관리 한층 촘촘해진다
내년 1월부터 주택 매매계약 신고 관리가 강화된다. 공인중개사가 매매계약을 신고할 때 계약서와 계약금 입금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로 바뀐다. 그동안 신고 과정에서 증빙 요구가 없어 자전거래나 실거래가 왜곡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자금조달계획서도 대폭 손질된다. 대출 유형을 나눠 금융기관명을 직접 기재하도록 해 자금 출처를 보다 명확히 한다. 부동산 처분대금, 주식·채권 등 자기자금 항목도 세분화한다. 임대보증금은 취득주택과 그 외 주택으로 나눠 표기한다. 특히 불법 자금조달을 통한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에도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 제출 의무가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되던 기준이 한 단계 넓어지는 셈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관리도 강화된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이는 조치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한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무주택자와 서민을 위한 지원책은 확대된다. 월세 세액공제는 주말 부부처럼 주소지가 다른 무주택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공제 한도는 세대주와 배우자의 월세액을 합산해 최대 1000만원까지 인정된다. 3자녀 이상 가구는 세액공제 대상 주택 기준도 넓어진다.
재건축 사업장 이주 세입자에게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년부터 적용된다. 기존 재개발 사업장 중심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다.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이며 다자녀는 연소득 6000만원·신혼부부는 연소득 7500만원이다.
◆ 소규모 정비사업 규제 풀어 속도 높인다
내년 2월부터는 도심 공급의 한 축을 맡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규제도 완화된다. 가로구역 기준이 손질돼 공원·주차장 등 예정 기반시설 계획을 제출한 경우에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기 위한 요건도 낮아진다. 토지 신탁 요건을 삭제하고 토지등소유자 과반 추천이나 조합설립 동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기반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에는 용적률 특례도 적용된다.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허용해 사업성을 보완한다. 임대주택 인수가격 기준도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 50% 이상으로 변경된다.
외국인 주택 거래에 대한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수도권 주요 지역 토허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는 외국인은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체류자격과 국내 주소 보유 여부·183일 이상 거소 여부도 신고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관련 입증 서류도 내야한다. 이같은 조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내년 2월 10일 이후 체결되는 거래 계약부터 적용된다.
주택임대관리업 관리 기준도 달라진다. 단독주택·공동주택·준주택(임대형 기숙사·오피스텔)을 합산해 일정 규모 이상이면 등록이 의무화된다. 임차인 보호와 임대시장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다. 공인중개사가 제시해야 하는 설명 근거자료에 신탁원부와 건축물대장 등본을 추가하는 방안도 전세사기 예방 차원에서 시행된다.
◆ 내년 거래 관리 강화·세제 손질 정책 변화 핵심
4월부터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에 따라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이 차등 적용된다. 평균 대출액 이하는 0.05%·평균의 2배 이내는 0.25%·2배 초과는 0.3%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출연요율 수준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후 확정 예정이다.
세제 분야에서는 완화 조치 연장과 규제 유지가 병행된다.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적용되는 양도세·종부세 완화 특례가 1년 더 연장된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와 이자소득 비과세 기한도 2028년까지 늘어난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와 농어촌주택 양도세 특례·개발제한구역 양도세 감면 역시 기한이 연장된다. 다만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는 2026년 5월까지로 한시 적용돼, 향후 시장 흐름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연내에는 토지분 종합부동산세 추징 예외 사유 신설·주택정비사업 조합·추진위에 초기사업비 대출 지원 확대·부동산감독원(가칭) 설립 등이 추진된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기조가 맞물려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세금 규제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수요 관리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에는 부동산 거래 관리 강화와 세제 손질이 정책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