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전주=김은지 기자] 전북도가 국가예산 확보 경쟁을 통해 선정된 공모사업들이 '도비매칭 예산 삭감'이라는 내부 변수에 가로막히면서 민생과 미래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국비 확보 성과를 전면에 내세워온 도와 도의회가 정작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도비를 줄여 신뢰도 하락과 함께 향후 불이익까지 우려되고 있다.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6년도 본예산 심의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도비 공모사업에서 도비 73억 2800만 원, 국가직접 사업에서 도비 8억 9000만 원이 각각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삭감된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전북의 미래와 민생을 책임지는 사업들이 망라돼 있다. △내수면 창업지원 비즈니스센터 건립 45억 원 △권역 책임의료기관 육성 20억 원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 7억 원 △전기자동차 전환지원금 1억 2800만 원 △제조 AI 특화공장 구축사업 2억 4000만 원 △이차전지 실시간 고도분석센터 구축 5억 원 등이 삭감됐다.
이처럼 무더기 삭감은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전북의 핵심 동력인 '이차전지'와 '새만금' 관련 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래첨단산업국 소관 사업들의 경우, 도가 기업 유치 당시 약속했던 지원책을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 '제조 AI 특화공장 구축사업'의 도비 전액 삭감으로 인해 당초 30%로 낮춰주기로 했던 기업 자부담 비율은 50%로 급등했고, '이차전지 실시간 고도분석센터'도 예산 부족으로 오는 2027년 3월 준공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내 한 이차전지 부품기업 관계자는 "전북도의 지원 약속을 믿고 사업 참여를 결정했는데, 도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자금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행정 약속이 이렇게 쉽게 바뀐다면 앞으로 전북도가 주관하는 사업에 지역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번 도비 삭감이 단순한 사업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재정법과 국가보조금 관리 기준에는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매칭은 법적 의무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차년도 국비 감액 등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국비 확보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공모 과정에서 사업비 납부 확약서를 제출하고 도의회 승인까지 거쳐 선정된 사업의 도비를, 사후에 삭감하는 것은 도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불가피한 진통을 겪더라도 도의회가 집행부인 전북도와 함께 국책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존 제도적 점검과 보완 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김명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이번 예산안은 세원 등을 고려해 관련 부서와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며 "본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내년 1·2차 추경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진행 시기와 매칭 비율을 면밀히 검토해 국책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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