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명주·이윤경 기자] 철근이 무너져 근로자 1명이 숨진 신안산선 여의도 구간 공사 현장에서 최근 공정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무리하게 공사 속도를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재 가능성이 대두된다.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신안산선 4-2공구 공정률은 지난 3월부터 매달 1.21%p, 1.11%p, 2.08%p, 2.41%p, 2.95%p, 2.86%p 증가했다. 매달 1~2%의 공정률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이후 지난 9월부터는 매달 3.48%p, 4.04%p, 4.3%p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 3월28일 기준 64.70%에 불과하던 공정률은 지난달 28일 기준 87.93%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1~2%p의 공정률 증가율이 3~4%p로 급격히 변화한 것을 두고 무리하게 속도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재열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공정률의 증가 추이가 1~2%p에서 3~4%p로 오른 것은 급격하다고 볼 수 있다"며 "공사 진도가 빨라졌단 얘기는 공사량이 많아졌다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률 3~4%p씩 증가하는 것이 정상적이긴 하다"며 "지하에서 땅을 파다보면 변수가 많아 공사가 지연되다가 마감 공정까지 오게 될 경우 전체 속도를 맞추기 위해 빨리 하게 됐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재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철근이 무너지는 현장 대부분은 적절한 인원, 장비가 투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며 "신안산선은 지난 광명 구간 사고 영향으로 12월 개통을 앞두고 무리하게 속도전을 치르다 발생한 사고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를 잇는 44.9㎞ 광역철도로, 당초 올해 4월 개통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됐다. 사고가 발생한 4-2공구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공정률이 39.4%에 그치면서 사업 시행사인 넥스트레인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사기간을 20개월 연장했다. 지난 4월 광명 구간 붕괴 사고까지 겹치면서 완공은 2028년 12월로 늦춰졌다. 여기에 여의도 구간에서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추가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 및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국토부도 공사 현장을 전수 조사하고 안전관리 소홀 등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1시22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철근이 무너져 콘크리트 타설 차량을 운전하던 50대 남성이 숨졌다. 이번 사고는 지상 입구에서부터 150m 떨어진 70m 지하에서 발생했다. 여의도 정거장 건설을 위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에 미리 상부에 조립해놓은 길이 18m, 두께 25~29㎜의 철근이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