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밸류업' 이끌 빈대인 2기…해양금융·비은행 키우고, 통제 리스크 줄일까


역대 최대 실적·비은행 성장·주주환원 강화
경남은행 사고 이후 내부통제·지배구조 보완, 지역 기반 성장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

BNK금융지주가 빈대인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다시 세우면서 빈대인 2기 체제 출범이 가시화된 모습이다. /BNK금융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BNK금융지주가 빈대인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다시 세우면서 '빈대인 2기' 체제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1기에서 역대 최대 실적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주주환원 기조 강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쌓았지만, 경남은행 대형 사고 이후 제기된 내부통제·지배구조 과제는 2기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해양금융·지역 특화산업·청년 금융과 같은 성장 스토리를 어떻게 실제 '밸류업'으로 연결하는지도 관심이다.

◆ 연임 앞둔 빈대인, 2기 키워드는 '지역·해양·밸류업'

BNK금융 이사회는 최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빈대인 현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빈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맡게 된다. 시장에서는 실적과 비이자 부문 확대, 지역 전략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인정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2기에서 보다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빈 회장은 2기 전략으로 '지역형 생산적금융'과 해양금융, 청년·포용금융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BNK금융은 2026년까지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 21조원 규모 생산적금융을 공급하는 계획을 밝히고, 동남권투자공사·국민성장펀드 등과 연계한 지역 기업 지원, 조선·해양·친환경 인프라 등 동남권 주력 산업 금융 지원 확대를 예고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맞물려 해양산업 클러스터 조성, 북극항로·신해양강국 정책과 연계한 투자·금융 플랫폼 구축도 2기 브랜드 과제로 삼는 분위기다.

지역 청년층을 겨냥한 포용금융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 청년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돕는 선택형 금리 대출, 수도권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위한 저금리·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프로그램, 청년 특화 통장·카드 상품 등을 통해 '지역에서 머물 이유'를 금융 측면에서 만들어주겠다는 구상이다.

◆ 1기 성과, 실적·비은행·주주환원 '세 축'

빈대인 1기를 돌아보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숫자 개선이다. BNK금융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그룹 연결 당기순이익은 7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3분기 분기 순익은 2942억원으로 38.3% 늘었다. 비이자이익 증가와 대손비용 완화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수익 구조도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은행 부문 순익은 6704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캐피탈·투자증권·저축은행·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 순익은 1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BNK가 지방 금융지주 특유의 '은행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해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 건전성 지표도 개선 흐름이다. 3분기 말 그룹 고정이하여신비율(NPL)과 연체율은 각각 1.46%, 1.34%로 모두 직전 분기 대비 하락했고,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대 중반을 유지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와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지역금융 특성을 감안하면, 리스크가중자산(RWA) 관리와 이익 확대로 자본여력을 일정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BNK금융은 분기배당을 도입해 3분기에 주당 12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ROE 10%·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배당·자사주 매입 확대 의지를 밝힌 상태다.

◆ 해양·디지털·지역 특화 전략의 밑그림

BNK는 부산을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정부·지자체 계획과 보조를 맞춰 '해양금융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에 맞춰 해양금융 전담 조직과 연구조직을 꾸리고, 항만·물류·조선·해양에너지 등 해양 관련 기업 금융·투자 확대, 해양금융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전환도 그룹 차원의 화두다. BNK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미래디지털 전략 연구조직'을 신설하고 AI·데이터를 활용한 리테일·기업금융 모델, 디지털 채널 고도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 연계 금융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대형 금융지주와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렸던 디지털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 2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가 꼽힌다. /BNK금융그룹

◆ 2기 과제는 내부통제, 신뢰 회복

빈 회장 2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가 꼽힌다.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 이후 BNK는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여신 심사·사후관리 프로세스 재점검, 내부 신고·모니터링 시스템 보완, 외부 컨설팅 등을 진행해 왔다.

감독당국은 사고의 성격과 규모를 고려할 때, 일회성 사고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리스크 관리 문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빈 회장이 2기에도 리스크관리·준법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가면서, 지점·현장까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와 재발 방지 시스템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PF 익스포저와 지역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구조 역시 리스크 관리 역량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경기 변동·금리 수준·부동산 시장 흐름에 따른 충당금 부담을 어떻게 완충하면서 성장과 자본 효율성을 함께 달성할지 역시 2기 전략의 핵심 변수다.

회장 연임 과정에서 제기된 지배구조 관련 지적도 남은 과제다. 일부 주주와 시장에서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과 이사회 구성, 후보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지주 이사회·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빈대인 2기에는 회장 선임 절차뿐 아니라 사외이사 구성,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 주주와의 소통 방식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지역 금융지주라는 특성상 대형 금융지주 대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지배구조 이슈도, 이번 연임을 계기로 보다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지역 저평가' 해소와 포트폴리오 정교화도 과제

BNK금융이 풀어야 할 구조적인 숙제로는 '지역 기반 금융지주 저평가'가 꼽힌다. CET1·NPL 등 기본 재무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대형 금융지주 대비 주가 순자산비율(PBR) 할인 폭이 크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방 경제 의존도, PF 및 중소기업 여신 비중, 일부 해외법인 실적 변동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은행 부문에서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역할 분담과 경쟁력 제고, 비은행 부문에서는 캐피탈·증권·저축은행·운용의 수익성·성장성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따라 그룹 전체 ROE와 PBR이 달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빈대인 1기가 실적을 일정 수준 회복하고 밸류업 방향성을 제시한 임기였다면, 2기는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지역 저평가 이슈까지 묶어서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하는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양·지역·비은행 성장 전략과 함께 통제 리스크를 얼마나 줄여나가느냐에 따라 BNK의 밸류업 스토리가 완성될지, 아니면 과제로 남을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BNK 입장에선 부울경 생산적금융 21조원 공급, 해양금융 특화, 청년·포용금융 확대 등은 분명 스토리가 되는 자산"이라며 "다만 지방 금융지주에 붙어 있는 PBR 디스카운트를 줄이려면 단기 실적뿐 아니라 해외법인·PF 익스포저, 내부통제 이슈까지 포함한 그룹 전체 리스크관리를 시장이 납득할 수준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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