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대한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학교 급식이 먹는 것에 치중이 됐다면 현재 학교급식은 영양·식생활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학교 현장과 가정이 함께 하는 영양·식생활교육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식습관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더팩트>는 총 10회에 걸쳐 대전시교육청의 학교 급식 정책과 우수 영양·식생활교육 운영학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홉 번째 순서는 대전시교육청이 주최한 2025 하반기 영양교사·영양사 역량강화 연수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학교급식의 핵심 과제는 여전히 '안전'이지만, 현장을 지탱하는 사람의 회복 없이는 지속가능한 급식 운영도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2025년 하반기 영양교사·영양사 역량 강화 연수에서 위생 관리와 정서 회복을 함께 다룬 이유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8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2025학년도 하반기 영양교사·영양사 역량 강화 연수'를 열고, 급식 안전을 기본으로 하되 현장 종사자의 직무 스트레스 관리와 소통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연수에는 영양교사와 영양사를 비롯해 교육청 관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연수는 단순한 제도 안내나 위생 교육을 넘어 급식 현장에서 반복되는 긴장과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고 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전면에 내세웠다.
교육청은 급식 사고 예방과 같은 기술적 관리뿐 아니라 이를 담당하는 인력의 심리적 안정이 학교급식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직무 스트레스,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
연수에서는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급식 현장의 직무 스트레스를 재해석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급식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시간 압박과 책임 부담이 개인의 역량 문제로 환원되는 현실을 짚고, 이를 조직과 시스템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스트레스를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신호로 인식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접했다.
이는 급식 업무의 특성상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누적되기 쉬운 환경에서 개인의 소진을 예방하고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또한 동료 간 공감과 소통이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서로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형성될 때 스트레스 관리가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탁을 교육과 상담의 공간으로
연수는 학생과의 관계 맺기 방식에도 시선을 넓혔다.
급식이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학생의 생활과 정서를 읽을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이라는 점에서다.
현장 사례를 통해 소개된 영양상담 방식은 식놀이와 체험 활동을 활용해 학생이 음식에 대한 감정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편식이나 식습관 문제를 '지도'의 대상이 아닌 '이해와 소통'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접근이 공유됐다.
이 같은 방식은 단기간의 변화보다 학생 개개인의 속도를 존중하며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일방적 영양지도와는 결을 달리한다.
급식 현장에서 영양교사의 역할이 관리자를 넘어 상담자·교육자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중독 예방은 기본, 현장 점검 강화
정서 회복과 소통을 다룬 프로그램과 함께, 식중독 예방을 위한 교육청 차원의 점검 사항도 병행됐다.
교육청은 최근 학교급식 식중독 발생 현황을 공유하며, 식재료 관리와 조리·배식 과정 전반에서의 기본 수칙 준수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과 보고 체계의 중요성을 짚으며 예방 중심의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현장에 환기했다.
이는 이번 연수가 '마음'에만 치우치지 않고, '급식 안전'이라는 기본을 분명히 한 구성임을 보여준다.
◇안전하고 행복한 급식의 중심은 '사람'
교육청은 이번 연수를 통해 영양교사와 영양사가 학교급식 운영의 핵심 주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장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결국 학생 건강과 급식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영양교사와 영양사는 학생 건강을 책임지는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번 연수가 현장 전문성을 다지는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생 관리라는 기본 위에 사람을 돌보는 관점을 더한 이번 연수는, 학교급식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
안전과 회복, 두 축을 함께 다루는 접근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급식' 기사는 대전시교육청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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