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멈춤 경보…내년 내국인 건설근로자 30만명 공백


숙련 인력 이탈…공정 지연·품질 리스크
임금·교육 등 전면 개편 없인 공백 고착

국내 건설현장에서 내국인 인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내년 내국인 인력 공백만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공사판에서 내국인 건설근로자가 사라지고 있다. 단일 원인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겹친 결과다. 내년에는 내국인 인력 공백만 약 3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외국인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력 부족은 공사 지연을 넘어 품질 저하와 안전 리스크·불법 고용 확산으로 이어진다. 사람 문제를 풀지 못하면 건설업 회복은 요원하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18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공개한 '2026년 건설근로자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건설업 기능인력 수요는 171만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내국인 인력 공급은 141만명 수준에 그쳐 30만명이 모자르다. 내국인 인력이 줄어든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고령화 심화·청년층 유입 감소·고위험 작업 환경·낮은 직업 안정성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한국 건설노동시장은 내국인 건설기능인력 고령화·숙련 인력 부족 현상이 진행 중이다. 40대 이상 비중이 83.6%에 달한다"며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인력으로 채워야 하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불법 근로자 비중이 높아 현장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종별로 보면 인력난은 전 부문에서 나타난다. 내년 기준 건축 분야에서 21만7000명·토목 5만3000명·플랜트 2만4000명 인력 공백이 예상된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하다. 서울 4만6000명·경기 8만5000명·인천 1만9000명·부산 1만7000명·광주 1만1079명 내국인 이탈이 관측된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공사 지연과 품질 저하·불법 고용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국인 인력 부족은 이미 고질적 문제로 굳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300인 미만 전국 주요 업종별(건설업·제조업·서비스업) 기업 31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1.5%가 '내국인 구인이 어려워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력 고용 시 애로사항으로는 '짧은 체류 허용 기간'을 꼽았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활용 목적은 단순한 비용 절감 목적보다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을 고용하는 현실 수요가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 외국인력으로 메우는 공사판…불법 고용 그늘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력은 44만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9만명이 불법 인력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외국인력 의존이 불법 고용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력은 44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합법 인력은 15만명에 그친다. 나머지 29만명은 불법 인력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력의 체류 자격은 주로 방문취업(H-2)·영주(F-5)·귀화 중국동포(내국인 자격)·재외 동포(F-4)·결혼이민(F-6)·비전문취업(E-9) 등으로 구성된다. 방문취업(H-2)은 '방문취업 동포 건설업종 취업등록제'에 등록된 동포만 합법 근로자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 외국인력 15만명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결국 불법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조직과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매일 불안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내국인 유입 확대와 외국인력 활용 방식의 동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을 끌어들이려면 말이 아닌 조건부터 바꿔야 한다"며 "임금 체계 정비와 숙련도에 따른 보상 강화·현장 안전 투자 확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현장을 단순 노무가 아닌 전문 직무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교육·훈련 체계 개편도 과제로 꼽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직 훈련과 단기 숙련 과정 확대·현장과 연계된 실습형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며 "중장년층이 다시 유입될 수 있도록 체력 부담이 적은 공정으로 재배치하고 스마트건설 기술과 결합한 직무 설계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건설업 안전 확보·근로 환경 개선 지원·현장요구 역량중심 교육훈련 강화·광역지자체 단위 채용지원 등 체계적인 정책 패키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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