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조현문 "상속 때 조현준 회장 요구 따르라고 대형 로펌이 압박"


'조현문 vs 법무법인 바른' 43억 약정금 지급 소송 4차 변론
"의뢰인 이익 침해" 조현문, 바른 업무 수행 방식에 문제 제기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 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측이 상속 분쟁 과정에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요구했다며 자신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 바른의 업무 수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부는 5일 법무법인 바른이 조현문 전 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43억원 규모 약정금 지급 소송의 4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수 지급을 거부하자 바른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 법률 서비스 제공 및 보수 지급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바른이 위임 계약 본질에 맞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바른 측이 제시한 업무 관련 자료를 살펴봤을 때 '누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계산 내역에 오류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전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바탕으로 보수 지급을 요청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바른의 업무 수행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이후 장남 조현준 회장, 삼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형제들과 상속 다툼을 벌일 당시, 바른이 의뢰인인 조현문 전 부사장 의사에 반해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바른은 상속 계약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 측(조현준·조현상) 요구를 따르라고 압박했다"며 "이 사건은 대형 로펌의 업무 수행 방식이 의뢰인의 이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 측이 성공 보수를 받기 위해 공익재단(단빛재단) 설립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당초 계획한 업무와 관련해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음에도 로펌 원고 측에서는 성공 보수가 쉽게 발생하는 재단 설립 업무를 먼저 추진했다"며 "이는 계약의 목적을 왜곡해서 의뢰인의 실질적 필요를 외면한 것이다. 공익재단은 나중에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이뤄진 것이기에 성공 보수 조건을 성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앞서 대한변협에 징계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상속재산을 놓고 조현준 회장과 의견 대립이 있었으나, 바른이 조현준 회장 측이 작성한 합의서를 그대로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등 변호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날 바른 측은 징계 진정서 제출에 대해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의 '계산된 소송 책략'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바른 측은 "조현문 전 부사장은 갖은 수단을 이용해 원고(바른)를 압박하고 있다"며 "바른이 대형 법무법인으로서 외부에 노출되는 분쟁을 일으키길 꺼려할 것이라는 점을 노려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배신적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는 건 당초 바른과 약속한 돈 중에서 상당 부분을 아끼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며 "바른은 오랜 기간 조현문 전 부사장의 공동상속인들과 공익법인 설립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고, 힘겹게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에 따른 모든 서류를 작성해 준비를 완료한 사실은 명백히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재판은 다소 길어질 전망이다. 다음 기일은 내년 3월 27일 오전 10시 30분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다음 기일에 종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 변동 문제도 있어 다음 기일은 내년 3월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조현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효성을 떠났다. 하지만 이듬해 조현준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부친 고 조석래 명예회장과도 갈등을 빚었다.

가족들과 사실상 의절한 조현문 전 부사장은 부친 별세 이후 유언장, 상속 문제를 놓고 형제들과 재차 대립각을 세웠다. 현재 조현문 전 부사장은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조현준 회장을 협박했다는 내용(강요 미수 혐의)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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