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에 만점자 5명…국어·영어가 당락 가를 듯


평가원, 수능 채점결과 발표
'사탐런'도 대입 주요변수 전망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4일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영어에서 극심한 난이도를 보이면서 '불수능'이란 평가가 나왔다. 영어 1등급 비율은 절대평가 전환 이후 최저치인 3.11%를 기록했고,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전년보다 8점이나 올랐다. 수능 만점자는 5명으로 지난해(11명) 절반 수준이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4일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 응시자는 49만3896명으로 지난해(46만3486명)보다 3만410명 늘었다. 재수생 등 졸업생과 검정고시 응시자 수는 16만794명으로 작년(16만897명)과 비슷했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 국어와 영어 난이도가 높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내려갈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는데,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지난해는 139점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261명으로 지난해 수능(1055명)의 25% 수준이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지난해(140점)와 비슷했지만 통합수능(2022학년도) 실시 이후 표준점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고점을 받은 응시자는 올해는 780명으로 지난해(1522명)의 절반으로 줄었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90점 이상) 비율은 3.11%를 기록했다. 지난해(6.22%)의 절반 수준이다. 상대평가 과목에서 1등급 비율은 4%로 정해져있다. 1994년도 수능 도입, 2018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은 사상 최악 '불영어'인 것이다. 절대평가 도입 이후 영어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24학년도(4.71%)였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교육부 제공

오승걸 한국교육평가원장은 이날 '2026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국어와 영어에서 문항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의도하고 확인했던 것과는 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지만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 평가원장은 '난이도 조절 실패' 지적에 대해서는 "국어 영역에서 어려웠던 분야는 주로 독서 지문인데 EBS와 연계해 출제했기 때문에 소재와 내용이 친숙하다고 판단했지만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어를 두고는 "출제 이후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의 문항들과 비교한다"며 "이번 수능 출제 과정에서 유사한 문항들이 많이 발견돼 이를 교체·검토하는 과정에서 난이도 구분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전 영역 만점자는 5명 나왔다. 이 중 재학생은 4명, 졸업생이 1명이다. 이들 중 사회탐구(사탐) 영역을 선택한 응시자는 1명, 과학탐구(과탐) 응시자는 4명이다.

이번 수능에서는 영어 등급에 따른 유·불리와 국어 성적의 영향력이 대입 지원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저등급을 충족해야 하는 지원자는 영어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고, 정시에서는 수학보다 국어 고득점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수능에서는 국어, 영어가 핵심 변별력이 됐다"며 "국어 1등급 구간 내에서 점수 차 14점 차이(1등급 구분점수 133점)가 발생해 변별력이 크게 상승했고 사상 최고 불수능으로 평가되는 영어가 수시·정시 모두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8점이다. 지난해는 1점이었다.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은 사탐으로 쏠리는 '사탐런'도 대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탐 응시자가 비교적 쉬운 공부로 높은 표준 점수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 탐구과목 성적을 보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과목과 가장 낮은 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과목은 생명과학Ⅰ으로 74점,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은 과목은 동아시아사 지구과학·물리Ⅱ 과목 68점으로 나타났다. 점수 차이는 6점으로 2025학년도 생활과 윤리 77점과 화학Ⅰ 65점 사이 12점, 2024학년도 화학Ⅱ 80점과 윤리와 사상 63점 사이 17점보다 크게 줄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들은 각 대학별 영어 반영률, 영어 영향력이 적은 대학으로의 지원자 쏠림, 탐구 가산점으로 인한 유·불리 발생에 주목해 정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능 성적표는 오는 5일부터 수험생이 원서를 접수한 학교나 교육지원청에서 배부된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수험생은 오전 9시부터 성적통지표를 온라인으로 발급 받을 수 있다. 수험생 진학 지도를 위한 '영역·과목별 등급 구분 표준점수 및 도수분포' 자료는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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