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아파트를 39억 신고해 편법 증여…정부 구·마용성 꼼수 증여 대상 칼 뺐다


올해 1~10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 7708건…강남4구·마용성 47%↑
국세청, 사상 처음 특정 지역 대상 증여 거래 전수검증 나서

국세청은 이런 증여 과정에서 탈세 등 탈루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 증여를 전수 검증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더팩트 DB

[더팩트ㅣ세종=박병립 기자] 정부가 꼼수 증여에 칼을 빼들었다. 시가 60억원 가량의 아파트를 39억원에 증여하는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 증여 거래가 급증해서다.

국세청은 이런 증여 과정에서 탈세 등 탈루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 증여를 전수 검증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770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27건)에 비해 28%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중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의 증여 건수는 293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가량 급증했다. 또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건수는 223건으로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강남4구와 마용성 등 가격상승 선두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A씨는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를 자녀 B씨에게 증여하면서 보증금 채무 수십억원을 자녀가 부담하게 하는 부담부 증여 신고를 했다. 아파트의 기존 임차인은 B씨의 외할아버지였는데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전출했지만 보증금 반환 여부는 불분명했다.

국세청 조사에서 B씨는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고액의 보증금을 받고 해외주식, 골드바 등 투자자산을 취득하는 한편 명품 구입 등에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C씨는 서울 고가 아파트를 자녀 D씨에게 증여하면서 동일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된 사실을 알게 됐다. C씨는 당초 계획보다 증여세가 커지자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줄 것을 부탁하고 매매가격의 65% 수준인 39억원에 증여세를 신고했다.

국세청은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시가를 바로잡고 저가 평가한 법인을 '시가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검증 대상은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에서 11월 기준 증여세 신고 기한이 지난 1~7월분 증여 2077건이다. 국세청은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 과정에서 가격을 시가대로 적절히 신고했는지, 채무를 이용해 편법 증여를 하진 않았는지 정밀 점검하고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 철저히 세무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국세청은 부모의 도움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고도 채무를 이용해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사례를 집중 점검한다. 자산과 부채를 자녀에게 함께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를 통해 세부담은 줄이고도, 자녀가 채무 상환 의무는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담부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담보대출이나 전세금을 자녀가 실제 상환했는지, 대출 상환은 본인 월급으로 했다고 신고하고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별도로 지원 받고 있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다.

증여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세금 탈루 등 문제가 없었는지도 확인하고 증여한 아파트를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사례도 검증한다.

국세청 감정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 증여'를 하거나 자녀가 지배주주인 가족법인 등에 우회 증여한 사례 등도 정밀 검증한다.

국세청이 특정 지역의 아파트 증여 거래를 타깃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지역(강남4구+마용성)에서 아파트 가격이 제일 많이 올랐고. 증여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어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기존 검증은 증여세 신고가 적정한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검증은 증여 과정의 전후까지도 들여다보게 된다"며 "증여 전에 자금 출처는 적절했는지, 증여세 납부는 적절했는지 등도 보게 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조사 대상을 관련인들까지 확대해 좀 더 심도 있게 검증하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rib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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