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여권이 입법을 추진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지법'이 본회의 직전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12·3 비상계엄 사건 등과 관련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최장 90일 동안 쟁점 법안을 숙의하는 기구인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겨졌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진행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재석 의원 16명 가운데 찬성 11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표결하지 않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에서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참담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법안을 일사천리로 논의하지 않고 이렇게 통과시켜야 되는 건가"라면서 "저희는 들러리 하기 싫어 손도 안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재적 의원 5분의 1인 60명 이상이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으면 12시간 안에 법안에 대해 표결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에 대한 표결 지연 전략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법안 한 개당 하루가 소요되는데, 결과적으로 의원 대다수가 회의장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국회법은 무제한 토론 진행을 국회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무제한 토론 중 의사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교섭단체 대표가 충족 요건을 요청하면 의장은 정회를 선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무기명 투표를 원칙적으로 전자 투표로 하도록 하되, 의장이 각 교섭단체와 합의하거나 전자장치 고장 등 특별한 사용이 있는 경우에는 전자 장치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담겼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 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은 안건조정위로 회부됐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과 나 의원 등 6명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안건조정위는 요구서가 제출된 이날부터 구성된다. 추 위원장은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의원 3명과 원내 2당인 국민의힘 의원 2명, 비교섭단체 의원 1명으로 선임해야 한다. 시한은 이날 예정된 의사일정에 대한 심사를 마칠 때까지다.
특별법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죄, 외환죄, 반란죄 및 계엄 전 발생한 사건을 대상 사건으로 하고, 수사 단계에서 대상 사건에 관련된 영장의 청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2명 이상의 영장 전담 법관이 이를 전담하도록 했다. 1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설치된 2개 이상의 전담 재판부에서,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 설치된 2개 이상의 전담 재판부에서 전담하도록 했다.
특별법은 영장 전담 법관과 전담 재판부 판사의 추천을 위해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에서 각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담 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구성이 완료된 뒤 2주 안으로 영장 전담 법관과 전담 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에 각 2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며, 대법원장은 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받은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영장 전담 법관 및 전담 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또한 전담 재판부는 대상 사건에 대해 국가 안전 보장 등의 우려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중계를 의무화하고, 전담 재판부의 판결문에는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다. 대상 사건의 죄에 대해선 구속 기간을 6개월로 하되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3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해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내란죄, 외환죄, 반란죄로 유죄가 확정된 자에 대해 사면 감형, 복권을 금지하되 국회의 동의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제보자 등의 보호를 위해 정직, 감봉 등의 불이익을 금지하며, 공범이라 하더라도 자진 신고 또는 진술로 수사에 현저히 기여한 자에 대해선 관계 기관이 형의 면제나 감경 등의 선처를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전담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