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던 비트코인이 저가 매수세와 미국 기술주 상승 흐름에 힘입어 오랜만에 반등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규제 강화 기조로 급락했던 흐름이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투자심리 위축과 매크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연말까지 뚜렷한 상승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비관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3일 오전 10시 50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6.62% 오른 9만227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8.22% 상승한 3025달러를 기록했으며, 솔라나(9.34%), 도지코인(7.81%), XRP(6.87%)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반등하는 등 전반적으로 단기 회복 흐름이 확인됐다.
앞서 비트코인은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면서 급락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투기 억제' 기조를 재강조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2일 오전 한때 8만3900달러까지 밀려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가 살아난 데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비트코인은 단기 반등 흐름을 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부각된 점도 위험자산 전반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반발 매수세가 추세 전환의 근거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가상자산 트레저리 회사 BNB플러스의 패트릭 호스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 노출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6만달러선까지 되돌아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반등이 나왔다고 해서 시장의 고통이 끝났다고 보긴 이르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의 최근 메시지도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세일러는 지난 1일 SNS에 "우리가 '녹색 점(green dot)'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그동안 비트코인 매수를 예고하던 '오렌지색 점'과 상반되는 표현으로 해석되며 매도 또는 보유 전략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코인데스크는 "녹색 점은 비트코인 매입이 아니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안정성 최하위 등급을 받은 점도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테더는 미국 달러와 1대1 페깅(연동)을 유지해야 한다. S&P 평가(1~5등급)는 각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데, 테더는 준비금(reserve) 구성에서 위험 자산 비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테더는 미 국채 외에도 비트코인·회사채 등 고위험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지난 9월 기준 24%로 지난해 17%에서 크게 늘었다. S&P 글로벌 레이팅은 "테더 준비금의 상당 부분은 단기 미 국채와 현금이지만, 규제 시장에서 요구하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고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준비금 구조의 신용도를 높이면 안정성 평가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BOJ 정책 방향, 중국 규제 기조, 고래 매도세 등 기존 리스크에 테더 이슈까지 더해지며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새로운 수급 모멘텀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반등과 조정이 반복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