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여성 임원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보수성이 강한 산업 구조에도 불구하고 성과·전문성 중심의 인사 기조가 확산되면서,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공정·제조·임상 등 기술 기반 조직까지 여성 리더십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HLB, SK바이오팜, 일동제약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정기 인사와 이사회 개편을 통해 여성 임원·대표를 잇따라 선임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정기 인사에서 함은경 총괄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1986년 입사 후 JW바이오사이언스·JW메디칼·JW생명과학 대표를 역임한 함 대표는 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향후 R&D·운영 중심 중장기 전략을 이끌게 된다.
일동제약그룹도 헬스케어 계열사 일동생활건강 대표이사에 박하영 상무를 선임하며 창사 첫 여성 CEO를 배출했다. 박 대표는 PM·학술·임상·건기식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갖춘 개발·사업 전문가로 평가된다.
HLB그룹에서는 김연태 HLB생명과학R&D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서울대 약학 박사 출신인 김 사장은 대웅제약·JW중외신약·한국오츠카제약 등에서 임상개발 조직을 이끌어온 전문 경영인으로, 그룹의 여성 리더십 확대 정책에 따라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6년 정기 인사에서 30대 안소연 상무와 40대 김희정 부사장을 발탁했다. 안 상무는 4공장 조기 가동을 주도한 공정운영 전문가이며, 김 부사장은 대규모 증설기에도 안정적인 원료의약품(DS) 생산체계를 구축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공정개발·기술이전·임상 등 핵심 조직에서 여성 리더 발탁이 두드러졌다. 신지은 개발1본부 MSAT 팀장은 공정 최적화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안소신 임상개발그룹장은 임상 설계·중개의학 기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김경아 개발본부장이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 CEO로 선임되며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지희 이화여대 특임교수를 사상 첫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조경선 전 신한DS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가 영입하며 이사회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대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전략기획실장으로 박소영 실장을 영입해 핵심 전략 조직에 여성 리더를 배치했다. 박 실장은 컨설팅·정책금융·헬스케어 분석 등 폭넓은 경력을 갖춘 전략 전문가다.
부광약품도 OCI홀딩스 안미정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 영입에 나섰다.
기존 남성 중심 구조가 강했던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 ESG 경영 강화와 글로벌 평가기준 변화에 따라 다양성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커졌다. 글로벌 임상 파트너십, 해외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다양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부상하면서 여성 리더십 확대는 사실상 경쟁력 요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관리·지원 부문 중심이던 여성 인재 등용이 최근에는 공정·임상·제조 등 기술 기반 핵심 직군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성과 중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성별이 아닌 전문성이 승진 기준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