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사업을 남산 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규정하고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60년 넘게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 온 한국삭도공업과 남산 곤돌라 사업을 둘러싼 행정소송 1심 판결은 19일 예정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더 좋은 남산 활성화 계획' 브리핑을 열고 "남산 곤돌라 사업은 시민의 이용 편의, 특히 이동 약자들의 편의, 남산 생태 경관 회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추진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고, 공익성 측면에서도 법원이 승소 판결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9일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삭도공업은 지난 63년동안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 온 회사다. 1961년 8월 케이블카 면허를 받을 당시, 정부가 영업허가 종료 기간을 두지 않아 사업권이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궤도운송법상 허가 기간에 제한이 없어 사실상 영구 면허와 마찬가지다.
시는 2023년 6월 '지속가능한 남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남산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고, 지난해 9월 5일 곤돌라 하부 승강장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삭도공업은 사업에 필요한 서울시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내고, 공사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삭도공업의 소 제기로 남산 곤돌라 사업은 1년 이상 멈춰 있는 상태다. 시는 정부와 함께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1심에서 승소할 경우 곧바로 공사를 재개한다.
시는 소송과 관계없이 곤돌라 공사를 즉시 재개할 수 있는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도 국토부와 추진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이용객 편의를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도 케이블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정한 조건 하에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지난 6월 초 국토부장관 승인 후 7월 21일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7년 남산 곤돌라가 도입된다. 10인승 캐빈 25대 운영으로 시간당 2000명 이상을 태우고 명동역에서 남산 정상까지 약 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그간 남산에 쉽게 오르지 못했던 휠체어·유모차 이용객 등 교통약자들도 서울의 경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김창균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승소하면 바로 공사에 착공해 27년 상반기에는 개장하도록 하겠다"라며 패소할 경우에도 즉시 항소할 것"이라며 "공원녹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곤돌라 사업이 추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입법 예고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멈춰 있는데, 국토교통부에 계속 시행령 개정 추진을 건의하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남산 케이블카 이용객은 126만 명에 달하면서 삭도공업의 매출은 220억 원을 넘었다. 하지만 납부한 국유지 사용료는 고작 5200만 원에 불과했다. 매출 대비 사용료 비율은 약 0.24% 수준으로, 매출 규모에 비해 사실상 거의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전날 대통령실도 남산 케이블카 문제를 언급하며 서울시에 힘을 실어줬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남산 케이블카 서비스 품질에 시민 불만이 많다"며 "특혜성 사업 면허가 60년 넘게 유지된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간 수백억 매출이 보장되는데 국유재산 사용료가 시세와 맞지 않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는 남산 활성화를 통해 2030년까지 도시경쟁력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남산의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명소를 조성해, 서울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즐길 수 있는 생태환경으로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총 13개 사업에 1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는 "남산을 더 가까이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고, 시설과 콘텐츠를 정비하며 훼손된 생태환경을 복원해 더욱 즐겁고 푸른 남산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