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정수 기자] 북한이 한해 사업을 결산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이달 중순 개최한다. '경제·국방 분야 5개년 계획' 시한과 맞물려 관련 내용 중심의 사업별 총평이 예상된다. 대외 분야에선 대남·대미 메시지와 북중·북러 관계가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 노선은 전원회의가 아닌 내년 초 9차 당대회에서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이달 중순 개최한다. 중앙위는 당 중심 국가인 북한에서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기구다. 전원회의를 통해선 정책 집행을 총화(결산)하고, 사업 계획을 설정하는 한편 과업도 내놓는다.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 6월 상반기 전원회의 이후 열리는 하반기 회의다.
하반기 주요 성과들이 평가 대상이지만 '경제·국방 5개년 계획'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계획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돼 올해가 그 시한이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원회의 관련 질의에 "5개년 계획들에 대한 성과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국방 5대 핵심 과업' 선전이 예상된다. 최근 김 위원장은 병원, 수력발전소, 온실종합농장을 살피고 공군 창설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등 경제·국방 분야의 '막판 치적 다지기'에 나서고도 있다.
외교 분야도 전원회의에서 거론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8월부터 파병으로 다져진 러시아와의 혈맹 관계를 과시하고, 지난 9월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회복된 북중 관계를 부각하는 식이다.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한 대남 메시지 및 미국과의 대화 제안 여부도 관심이다.
다만 북한은 구체적인 대내외 노선을 전원회의에선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9차 당대회를 앞둔 만큼 윤곽만 제시할 가능성이다. 당대회는 북한 최대 정치 행사로 5년마다 개최된다. 당 노선과 정책 수립, 강령과 규약 채택 등이 논의되며 전원회의보다 격이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전원회의는 결국 한해 평가인데 이미 상반기에 했고, 이번에는 나머지 하반기 평가"라며 "경제·국방 분야 5개년 내용이나 북중 관계 복원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만, 곧 당 대회가 있는데 굳이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당대회에서 내놓을 대남·대미 메시지는 지난 9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다르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에 있어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도 '비핵화 집념'을 털어야 대화할 수 있다며 조건을 분명히 했다.
이후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남북군사회담 제안에 침묵을 유지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계기 여러 차례 회동 제안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기점으로 더 고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적대적 두 국가 강화와 핵보유국 인정에서 그렇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당 대회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실질적으로 추인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적대적 두 국가론의 헌법 명시 여부가 확인될 것이고, 미국을 상대로는 적대시 정책 선(先)철회와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협상 제안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까지 나온 동향과 징후 등을 종합해 보면 적대적 두 국가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북한은 내년 당대회에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 분야에서도 새로운 노선이 예상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재래식 무기) 병진 정책'을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외교적 표현인 '다극적 세계 질서'를 인용한 점을 미뤄보면, 북중 관계가 한층 강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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