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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정청래 면전서 '1인1표' 반기…회의장 떠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청래 대표 면전에서 정 대표가 추진하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에 대해 공개 반기를 들었다고.
-이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리당원 표심을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없이 며칠 만에 밀어붙이듯 폐지하는 게 맞느냐"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어.
-회의장 분위기는 어땠어?
-분위기는 단숨에 얼어붙었어. 정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순방 성과를 강조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G20 의장국 수임을 두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였거든. 그런데 이 최고위원이 "왜 대통령 순방 중에 이의 많은 안건을 밀어붙여 당원을 분열시키느냐"고 직언에 나서자, 회의장 공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어.
-정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응은?
-이 최고위원의 비판이 5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정 대표는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듣기만 했어. 다른 참석자들도 시선을 피하며 그를 직접 마주보지 않으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지.
-이 최고위원은 발언을 마치자마자 회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리를 떴어. 옆자리의 서삼석 최고위원과 잠시 귀엣말을 나눈 뒤 담담한 표정으로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그가 떠나자 서 최고위원은 자리를 옮겨 앉았어. 정 대표는 이런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어.
-정 대표는 이번 1인 1표제 도입이 지난 전당대회 공약이자 당원주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비판이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은 중앙위 개최를 다음 주로 미루고 '대의원 역할 재정립을 위한 TF'를 통해 숙의 절차를 더 거치기로 했어. 이에 어떤 수정·보완안을 내놓을지가 핵심 관건인 것 같아.
◆12·3 국회 '다크투어' 둘러싼 논란…계엄이 정치적 도구?
-12·3 계엄을 앞두고 국회에서 4억원 규모의 '다크 투어' 행사를 여는 것이 논란이라며?
-응.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당시 월담 지점 표시물이나 계엄 해제 상징물 등 경내 곳곳에 기념물을 설치 중이야. 오는 3일부터 특별 기획 다큐멘터리 상영, 대규모 학술 대회, 국회 본관 벽면에 영상을 비추는 '미디어 퍼사드'까지 각종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해.
-정확히 어떤 논란이야?
-계엄은 여전히 수사기관에서 관련 사안을 조사 중이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사건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으면서 계엄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규모가 어느 정도래?
-27일 조선일보 언론보도에 따르면 계엄 당시 국회 주변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에 3157만 원이, 국회 보좌진과 정당 관계자, 국회사무처 직원 등에게 수여하는 계엄 해제 유공 특별 포상에는 수백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고 해. 행사와 시설물 설치 등을 합치면 최소 4억여 원 정도가 들어갈 예정이야.
-실제로 9886만 원이 들어간 3부작 다큐멘터리 '민주주의는 어떻게 지켜지는가'는 우 의장과 민주당 의원 등의 인터뷰가 주로 들어갔다고 해. 우 의장은 자신이 직접 다크투어 도슨트로 나서거나 당시 월담하던 모습을 촬영한 책도 출간하면서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지.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어.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우 의장이 스스로 계엄 해제의 주인공이라는 '영웅 서사'를 만들려는 것 같다"며 "계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만큼, 이 행사를 자신의 정치적 발판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하더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26일 페이스북에 "투어 코스에 이재명 대통령이 숨어 있었다는 '이재명 숲'도 넣어라"고 직격했어. 배현진 의원도 "저도 '이재명 숲'이 궁금하다"고 적었지.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바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지 않고 국회 인근 숲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봤다고 주장하고 있어.
◆"강원도 정신"…北 김정은의 이례적 행보
-북한이 노동신문 사설 등 나흘 연속 ‘강원도 정신’을 선전했던데?
=응. 북한은 최근 나흘 동안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사설 등을 포함해 '강원도 정신'을 전면에 내세웠어. 연말 당 전원회의와 내년 초 9차 당 대회를 고려한 조치로 보여. 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올해 마무리되는 만큼 민생 경제와 관련해 최대치의 성과를 확보해야 해서 이런 행보를 보였다는 풀이가 있어. 근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와. 북한이 나흘 간 동일한 선전 구호를 외치는 건 자주있는 일이 아니거든.
-'강원도 정신'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구호야?
-그건 아냐. '강원도 정신'은 2016년 김 위원장이 원산군민발전소 시찰 때 처음 꺼냈었어. 이는 중앙의 지원 등 외부에 기대지 않고 지방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야. 북한이 강원도 정신을 앞세워서 당 정책을 간부들이 계속 따르게 하려는 것도 있지.
-'강원도 정신'뿐 아니라 최근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유독 내부 정책과 관련됐더라고?
-응.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공안·사법기관, 19일 강동군병원 준공식, 20일 회양군민발전소 준공식까지 민생·치안·지역개발을 잇달아 챙겼어. 이런 행보는 9차 당 대회 전까지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기강을 다지려는 정치적 행보로 읽혀. 북한은 우리가 알다시피 굉장히 폐쇄적이야.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 통제를 위해서 내치 성과를 들어내는 것이라고 보기도 해.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한테 보여주는거야. 더불어 북한이 내년 상반기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와. 내부 흐름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내치 행보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해. 즉, 남북관계 규정과 체제 노선을 조정하기 전 사회주의 이념을 더욱 공고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셈이지.
-'도시 형성 및 발전법' 채택도 같은 흐름이야?
-그렇게 봐야 해. 구체적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있어. 지방발전 20×10 정책은 향후 10년간 20개 시·군에 매년 현대식 공장 등을 세우는 사업인데, 김 위원장이 지방 성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아. 김 위원장이 내부 성과를 조직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조급함과 동원 의지가 동시에 반영됐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