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가 친환경 에너지 산실이자 해양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력발전소를 만들고 시화호를 에너지, 생태, 환경, 교육 등의 가능한 에너지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킨 영향이다.
◆COD 17ppm, 철새 떠난 죽음의 호수…해수화로 출구 찾아
지난 27일 수공에 따르면 시화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997년 당시 17ppm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수질 오염 지표인 COD는 생물이 서식이 가능한 수준을 5ppm 이하로 본다.
당초 시화호는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나 산업단지의 용수를 공급하기 만들어졌다. 하지만 방조제 완공 이후 공장 오·폐수와 생활하수가 유입되며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COD가 높아지며 산소 부족으로 생물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조개를 비롯한 해양 생물이 없어지자 철새도 찾지 않는 소위 ‘죽음의 호수’가 됐다.
정부는 이후 약 2년간(1997~1999년) 담수화를 포기하고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유통 시행한다.
수질이 개선되자 시화호 해수화를 결정하고,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포함된 시화호 종합관리계획을 확정 지었다.
시화호 살리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현재 시화호의 생태계는 99% 살아났다. 아울러 조력발전소를 통해 50만 도민의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생태, 환경, 교육이 가능한 에너지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났다.
◆국내 유일·세계최대 조력발전소…에너지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시화호조력발전소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국내 유일의 조력발전소다. 예산은 6008억원이 투입됐고, 축구장 12배 크기(13만8000㎡)인 시화방조제 부지에 세워졌다.
조력발전이란 달과 태양에 의한 인력과 지구의 자전에 의한 원심력의 합성력인 기조력에 의해 발생하는 조석 현상(1일 2회·12시간 25분 간격)을 활용하는 발전방식을 말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바다의 밀물 때는 물이 차오르는 힘을, 썰물 때는 빠져나가는 힘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연간 552GWh 규모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안산, 화성 등 수도권 50만 도민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예컨대 2000cc 자동차 기준으로 서울과 강릉 왕복 500만번이 가능하며, 30년생 잣나무가 약 5000만 그루 있는 것과 같은 효과다. 약 31만5000t의 이산화탄소(CO2) 감축은 덤이다.
시설용량은 254㎿(25㎿ 발전기 10대), 저수용량은 2억8000만t에 달한다. 규모(시설용량)는 세계최대 수준이다. △랑스 240㎿(프랑스) △아나폴리스 20㎿(캐나다) △지앙시아 3㎿(중국)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설비용량 대비 실제 이용률(가동률)은 24%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평균 15% 수준을 보이는 태양광보다 더 효율적이다. 시화호의 시설용량이 254㎿인 것을 고려 하면 태양광 약 350㎿ 이상 규모와 동일한 전력생산이 가능하단 얘기다. 사로스 주기에 따라 내년에는 전력 생산량도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방식은 밀물 때만 발전하는 ‘단류식 창조발전’을 택했는데, 시화호 수위를 마이너스(-) 1m 이하로 유지해야 해서다.
해측에 있는 수위는 5m, 10m까지 올라가도 상관없는데 시화호에 수위가 너무 높아지면 공장이나 주거단지 침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즉, 썰물 때도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할 수는 있지만 해측 수위보다 시화호 수위가 낮아 밀물 때 보다 미는 힘이 약해져 발전에 불리하다는 뜻이다.
또 수공은 조력발전소 가동 외에도 수상 생태계 회복도 지원해 현재 생태 체험이 가능한 학습 공간으로 시화호를 탈바꿈시켰다. 지난 5월에는 시화조력문화관도 재개관해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중이다.
높이 75m를 자랑하는 전망대는 사방이 유리로 구성돼 있어 조력발전소, 큰가리섬 등 서해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조력발전소는 안산 12경 중 1경으로, 현재는 연 22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국가 탄소중립 선봉장 수공
수공은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해수열 냉난방 실증시스템 구축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지난해는 삼성전자와 체결한 시화조력발전 직접전력거래계약(직접 PPA)을 포함해 SK하이닉스, 네이버, 롯데케미칼, 우리은행 등 다양한 분야 기업과 총 5건 약 296MW 규모의 PPA 계약을 체결했다.
수공이 국내 기업과 직접 PPA를 체결한 규모는 지난해 국내 전체 PPA 공급량의 49% 규모에 달한다.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4.6%를 차지고 있으며, 올해는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하는 등 탄소중립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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