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식품업계가 신흥 K-푸드 시장으로 주목하는 지역은 단연 중동이다. 중동에는 35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할랄 푸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식품기업들이 앞다퉈 중동 진출을 선언하면서 소비자들의 '할랄 푸드' 관심도 뒤따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최근 할랄 인증을 받은 자사 제품들을 내세워 중동권 국가로 향하고 있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 스낵과 누들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고, 아랍에미리트(UAE) 판매를 개시했다. 라면 3사인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진라면, 불닭볶음면에서 할랄 인증을 받아 중동권을 두드렸다.
빙과업계에서도 빙그레는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 인기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 전선을 넓혔다. 프랜차이즈에서도 bhc치킨이 할랄 식재료로 만든 K-치킨을 말레이시아 7곳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동권역은 K-푸드의 신흥 주력 국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중동은 서아시아 대륙부터 북아프리카 대륙까지 아우른다. 중동에는 57개 국가가 이슬람교 문화권에 속해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신자를 무슬림이라고 부르는데, 이들 국가에서 무슬림 비율은 평균 90%대다. 다시 말해 10명 중 9명 이상이 무슬림이다.
중동을 포함한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20억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할랄 푸드 시장 규모는 약 3500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무슬림 인구의 출산율은 세계 평균인 2.4명보다 높은 2.9명이다. 추세대로라면 무슬림 인구는 오는 2060년 30억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할랄 푸드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른다. 할랄(Halal)은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에 기반하며, 아랍어로 '허락된 것'을 뜻한다. 즉 할랄 푸드는 무슬림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도록 허용된 것에서만 제한된다.
반대로 하람(Haram)은 '금지된 것'을 의미해 무슬림에게 엄격히 금지된다. 하람 푸드는 대표적으로 돼지고기와 민물고기가 있다.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지한 이유에는 여러 학설이 나온다.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선충이 인간에게 해롭다거나, 돼지의 습성이 나쁘다거나, 중동권 기후 특성상 사막에서 돼지고기가 쉽게 상한다거나 등이 있다.
할랄 인증을 받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슬람 도축법인 '다비하'를 따라야 한다. 다비하는 동물의 머리가 메카로 향해야 하고, 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단칼에 도축해야 한다. 이슬람교는 동물 피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도축한 동물을 거꾸로 매달아 피가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비하로 도축할 수 있는 고기도 돼지를 제외한 소, 닭, 양, 오리 등에 국한된다.
또한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식품 제조 공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일체 없어야 한다. 이에 포도주나 증류주 등 알코올성 음료는 중동권에서 불가하다. 반면 채소나 과일, 견과, 곡물 등은 할랄 푸드로 인정된다. 조리 과정에서도 할랄 인증은 까다롭다.
우선 돼지나 술 등 하람 식품이 한 번이라도 담겼던 식기로 음식을 만들었다면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없다. 돼지에서 추출된 젤라틴을 사용한 과자나 스낵, 가공식품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고기류는 도축과 검수 과정을 무슬림이 맡아야 한다. 식품 가공부터 보관, 운송 등 전 유통 과정에서도 하람 식품과 철저하게 분리돼야 한다.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으로는 인도네시아 'MUI(무이)'와 말레이시아 'JAKIM(자킴)', 싱가포르 'MUIS(무이스)'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할랄인증원(KHA)'이 있어 국내 식품기업들의 할랄 인증을 돕는다. 현재 K-푸드의 할랄 인증 취득 비율은 약 30%대 수준이다.
정부도 K-푸드의 중동 진출을 돕기 위해 팔을 걷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순방을 다니면서 '어트랙티브 할랄 코리안 푸드(Attractive Halal Korean Food)'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부부는 K-푸드의 중동 진출에 힘을 보탰다.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나 라면, 떡볶이, 가공유 등의 K-푸드를 중동 현지인들에 선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푸드, 패션, 뷰티 등 K-컬처에는 한국과 중동의 교류를 확장할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담겨 있다"며 "중동에서 기원한 훔무스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것처럼 K-할랄 푸드에 대한 인기가 확산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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