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위기에 처한 국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을 지원하는 근거를 담은 두 특별법의 희비가 엇갈렸다. 여야 갈등 속에 석유화학특별법은 당초 예상과 달리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반면 철강 산업을 지원하는 일명 'K-스틸법'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석유화학특별법은 내달 초 본회의 상정과 통과가 재추진될 것으로 보여 당장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27일 본회의에서 철강 산업을 지원하는 K-스틸법을 포함한 민생법안 7개를 통과시켰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은 국무총리 소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저탄소철강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저탄소철강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이들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등 필요한 지원 시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탈탄소흐름으로 어려움에 처한 철강산업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저탄소철강특구 지정 △전력·용수·수소 수급 지원 △철강산업 전문인력 양성 및 특성화대학 지정 △해외 우수인력 발굴·유치 △철강산업 사업재편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철강사업자가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다른 철강사업자와 공동행위를 할 때 산업통상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공동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특례를 뒀다.
함께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던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석유화학 특별법)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 갈등으로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대립하던 끝에 27일은 각 부처 소관 안건에서 하나씩만 상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두 법안 모두 산업부 소관이지만 K-스틸법은 발의 의원만 100명이 넘고 석유화학특별법은 20명 남짓인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특별법은 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공정거래법 등에 대한 특례를 두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구조조정 추진 기업뿐 아니라 준비 기업까지 경쟁사 간 정보 교환 및 공동행위를 장관 승인 아래 허용하는 특례를 뒀다.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감축을 위한 기업 간 논의를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제 예외'로 명확히 규정했다. 정부는 지난 8월 NCC를 보유한 국내 10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연간 에틸렌 생산량의 최대 25%인 약 370만톤 감축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담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번 법안의 특례 규정으로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
27일 본회의 통과는 무산됐지만 민주당은 석유화학특별법을 포함한 나머지 법안을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예정된 대로 내달 2일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며칠 정도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통과되는 것과 안되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사업재편이 어려운 상황인데 통과가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6일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사업재편계획안을 마련해 정부에 신청했다. 지난 8월부터 민관이 함께 추진 중인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첫 사례다. 이번 법안에는 소급 조항이 포함돼 있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이 사업재편계획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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