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LG?'...kt로 간 김현수, 더 궁금해진 미래의 '애정 팀' [김대호의 야구생각]


두산, LG 우승 이끈 김현수, 최종 선택할 팀 관심
명예의 전당 헌액시 소속 팀 선택해야

김현수가 2025한국시리즈 우승 후 지난 6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선물로 받고 있다. 김현수는 25일 kt로 이적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김현수(37)가 지난 25일 LG 트윈스를 떠나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LG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시리즈 MVP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팀을 옮긴 건 KBO 44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1997년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뒤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한 적은 있지만 국내 리그 간 이동은 처음이다. LG 팬들은 김현수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게시판에 강한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LG 구단 역시 몹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더욱이 김현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시계를 선물로 받은 터였다.

8년 전 그때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2016~2017년 두 시즌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 무대를 노크한 김현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FA 자격을 취득한 김현수는 "국내에 남는다면 다른 팀엔 못 갈 거 같다"고 두산 베어스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2년 뒤 KBO리그로 돌아올 때도 두산만 쳐다봤다. 하지만 당시 두산그룹의 어려운 상황 등이 겹치면서 2017년 12월 19일 4년 115억 원의 조건으로 라이벌 LG에 입단했다. 두산 팬들은 김현수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맹렬히 성토했다. 그 뒤 김현수는 LG를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2025시즌엔 MVP까지 올랐다. 특히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LG의 팀 체질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LG는 김현수가 팀의 레전드로 남아주길 바랐다.

김현수가 2015년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뒤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여기서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부산시 기장군에 야구 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을 건립하고 있다. 2026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나온다. 김현수는 이번 시즌까지 KBO리그에서 18시즌을 뛰면서 22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12, 261홈런, 2532안타, 1522타점, 1256득점을 기록 중이다. 통산 타율 4위, 안타 3위에 랭크 돼 있다. 현재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하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때 소속팀을 어디로 할까. 메이저리그에선 선수 자신의 선택에 맡긴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10시즌, LG에서 8시즌을 뛰었다. 두산에서의 성적은 4066타수 1294안타, 타율 .318, 142홈런, 771타점이다. LG에선 4044타수 1238안타, 타율 .306, 119홈런, 751타점을 올렸다. 기록상으로 엇비슷하다.

김현수가 25일 kt 위즈와 FA 계약한 뒤 수원 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t 위즈

2006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는 눈물 젖은 빵을 먹은 끝에 대형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국가대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었다. 지금의 김현수를 만든 뿌리가 두산이다. 2016년 미국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했다. 2017년 시즌 뒤 초라한 모습으로 귀국한 김현수를 받아준 구단이 LG다. 당시 김현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구단은 LG밖에 없었다. 김현수는 LG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고 2022시즌을 앞두고 4+2년 최대 115억 원에 계약했다. LG가 없었다면 김현수의 부활이 없었을지 모른다.

김현수는 2017년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두산 팬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2025년 kt 유니폼을 입으면서는 "LG 팬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언젠가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선 누구에게 감사하다고 할지 궁금하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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