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칼날 비껴간 롯데케미칼 이영준, 석화재편·체질개선 힘받나


이영준 사장, CEO 20명 교체된 인사 칼바람 피해 유임
구조조정 후속작업·포트폴리오 재편 무거운 숙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롯데그룹의 인사 칼날을 비껴갔다. /롯데케미칼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롯데그룹의 '인사 칼날'을 비껴갔다.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주의에 기반한 신상필벌 원칙을 인사에 반영했는데 전체 1/3에 달하는 20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지휘봉을 놓게 됐다. 지난해 화학군에서만 13명 중 10명이 교체된 만큼 올해는 연속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6일 단행된 2026년 롯데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CEO 20명이 교체됐다.

이는 전체 CEO의 36%에 해당하는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22%에 퇴임을 통보한 지난해와 맞먹는 규모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군 계열사의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롯데는 2022년부터 운영한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폐지하고 PSO(Portfolio Strategy Office) 체제를 도입했다. 롯데 화학군 PSO는 기능 조직으로서 화학 계열사들의 장단기 전략과 사업포트폴리오 연결 및 조정 등 시너지 창출 역할을 수행한다. 헤드쿼터 체제에서는 공동 전략 수립과 사업 시너지에 방점을 맞췄다면 PSO 체제에서는 각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이 강화된다.

롯데케미칼은 8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 사장이 유임되면서 인사 칼바람을 피해갔다.

이 사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임명됐다는 점과 올해 들어 영업손실이 줄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안심할 국면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 산업은 더이상 사이클 산업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석유화학 기업에 비해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전체 매출에서 기초화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 주도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이 사장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26일 HD현대케미칼, HD현대오일뱅크과 공동으로 산업통상부에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6일 단행된 2026년 롯데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CEO 20명이 교체됐다. /더팩트 DB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을 물적분할하고, 해당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구조다. 롯데케미칼이 합병법인 주식을 추가 취득해 최종적으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의 에틸렌 기준 연간 생산량 규모는 110만톤, HD현대케미칼은 85만톤이다. 만약 합병으로 한쪽 NCC 가동이 중단되면 최대 100만톤 규모의 NCC 설비 감축이 이뤄진다.

정부가 지난 8월 '선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업계에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 감축 목표를 제시한지 3개월 만에 나온 구조조정 첫 사례다.

고부가가치(스페셜티) 강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도 이 사장의 과제다. NCC 통폐합은 손실을 축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초화학 부문은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와 운영 효율 극대화를 통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구조가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강화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자산의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지난해부터 실시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2일 자회사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 지분 75.01% 매각 거래를 완료했다. LCPL은 폴리에스터 섬유, 산업용 원사, PET병 등에 활용되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연간 50만 톤 규모로 생산하는 회사다. 총 매각대금은 980억원이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한 3개년 배당금 296억원을 포함해 총 127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부터 범용 제품 중심의 LCPL을 사업 포트폴리오상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번 거래로 파키스탄 내 구제금융 및 환율 변동 등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당분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산공장 물적 분할을 통해 NCC 설비의 합리화 및 일원화된 생산 운영체제가 구축될 예정"이라며 "고부가 및 친환경 사업 구조로의 전환도 병행하며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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