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계조립 발판 미설치,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추락했다


정안태 現 울산안전 대표이사 前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장

정안태 現 울산안전 대표이사 前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장. /본인 제공

비계조립 작업발판 미설치,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추락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53분, 전남 목포의 한 발전기 설치 현장에서 근로자가 3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그는 발전기 부품 위를 덮은 방수포 위에서 빗물을 제거하던 중이었다. 빗물을 먹은 방수포 위에서 미끄러지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장에는 비계 작업 발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비가 온 뒤 방수포 위의 물을 제거하는 일은 흔히 해오던 작업이었다. 그러나 익숙한 일일수록 방심이 더 크다. "잠깐이면 되겠지", "늘 하던 일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또 한 번 생명을 앗아갔다.

이 사고는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충남 아산에서는 창고 지붕공사 중 비계 작업발판 없이 이동하던 근로자가 미끄러져 4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작업발판 대신 철골 구조물을 밟고 이동하다 중심을 잃은 것이 원인이었다. 같은 해 7월 경기 용인에서도 수영장 천장 도색 보수공사 현장에서 재해자가 배관에 올라 도색작업 중 4.7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6월 경북 구미의 한 공장 증축 현장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철골 위에서 작업발판 없이 작업하던 근로자가 미끄러져 추락했고, 현장에는 방호망도 없었다. 세 건 모두 비계 작업발판 미설치와 안전대 부착설비 미비가 공통적인 원인이었다. 결국 사람은 떨어지고, 법은 그 뒤를 따라간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작업발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잠깐의 작업이니까', '공간이 좁아서', '비용이 많이 들어서'라는 이유로 작업발판 설치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조치가 예외적으로 빠지는 일이 반복되며, 그 예외가 일상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 일상의 빈틈이 결국 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비계와 작업발판은 단순한 작업 편의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지탱하는 구조물이다. 고소작업에서는 반드시 견고한 작업발판을 설치해야 하며, 비계 작업발판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고소작업차나 이동식 비계를 사용해야 한다. 안전대 부착설비 또한 필수다. 높이 2m 이상의 장소에서는 반드시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앵커나 지지로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설치할 수 없는 현장이라면 작업을 중단하고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작업 전 위험성평가를 통해 구조물의 하중, 근로자의 동선 등을 분석하고, 매일 아침 10분 안전회의(TBM)를 통해 당일 작업의 위험 요인을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장 관리감독자는 작업발판 설치와 해체 단계마다 직접 점검하고 기록해야 하며, 안전감시자가 작업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해외의 안전관리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영국의 보건안전청(HSE)은 모든 비계 작업을 '스캐폴드 인스펙션 레코드'(Scaffold Inspection Record)를 통해 매일 점검하고 기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비나 강풍 후에는 반드시 재점검을 실시하며, 비계의 조립과 해체는 'PASMA' 교육을 이수한 전문 인력만 수행할 수 있다. 작업자는 풀바디 하네스와 더블 훅 안전대를 착용해야 한다.

독일의 건설재해예방기구(BG BAU)는 비계작업 시 '이중 안전체계'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발판 안전 확보와 추락방지용 안전난간 설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비계자재는 TÜV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비계 설치 전에는 반드시 위험성 평가서를 작성하고, 모든 작업자가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특히 독일은 비계 해체 단계를 가장 위험한 과정으로 간주해 별도의 감독체계를 운영한다.

이번 목포 사고는 단순한 현장의 부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시간이 급하다"는 이유로 안전을 뒤로 미루는 현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발판 하나를 설치하는 데 10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 10분이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킨다. 안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 비계 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발판은, 정말 안전한가.

-정안태 現 울산안전 대표이사 前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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