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R&D 투자 연동형 약가 보상 체계' 도입을 예고한 것을 두고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약가 인하, 급여재평가, 고환율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새 제도의 세부 설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개편과 함께 R&D 투자 비율을 약가 가산에 연동하는 내용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한 기업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현재 발표된 정보만으로는 제도의 방향성만 있을 뿐, R&D 투자 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어떤 형태의 약가 가산을 받을 수 있는지 기준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늘리면 보상을 한다고 하지만 기준·범위·평가 방식이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미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 제도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R&D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수년간 제네릭 약가재평가, 급여 적정성 재평가, 임상재평가 등을 통해 대규모 약가 인하와 급여 삭제를 단행했다. 제약사들은 이 과정에서 수천개 품목의 약가가 떨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호소한다.
특히 2020년 이후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이 기존 품목에 역으로 적용되면서 약 8300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됐고, 여러 성분이 급여 삭제되며 시장이 사실상 소멸하기도 했다. 효능 논란이 제기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임상재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각 사가 수백억원대 '환수 예상액'을 부채로 선반영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고환율로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화되고 있으나, 완제의약품은 가격을 자율적으로 올릴 수 없어 "R&D 투자 여력이 고갈되는 구조"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R&D 연동형 약가 보상'이 실질적 인센티브가 되려면 현행 약가 인하 중심 규제 기조와 병존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편안에는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하면 차액 일부를 장려금 형태로 지급하는 저가구매 인센티브 확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률을 최대 50%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실거래가 인하와 무관하더라도 결국 "초저가 경쟁을 부추겨 제조·유통사 수익성 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R&D 투자를 장려한다면서 동시에 원가 이하 판매를 유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기업이 장기간의 R&D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규제·보상 체계가 일관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 약가 관리 시기와 기준을 명확히하고, 재정 관리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