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대구 월배농협이 본점 이전 부지 구입을 강행하는 조합장과 이를 반대하는 이사·대의원 간에 마찰이 벌어져 소란스럽다.
24일 관계자에 따르면 박명숙 월배농협 조합장은 올 들어 본점 이전 부지 구입 건을 세 차례 이사회·대의원회에 상정했다가 모두 부결됐음에도 계속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이런 태도를 문제 삼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박 조합장은 지난 7월 달서구 진천동 본점 이전을 위해 도로 건너편 부지(1567평)를 450억 원에 구입하자며 이사회와 대의원회에 잇따라 안건을 각각 상정했으나 ‘비싼 가격’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모두 부결됐다.
이어 박 조합장은 지난 10월 부지 가격을 390억 원으로 낮춰 이사회와 대의원회에 다시 상정했으나 비슷한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자 박 조합장은 지난 19일 정기 이사회에서 부지 가격을 다시 한번 370억 원으로 낮춰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으나 이 또한 부결됐다.
일부 이사와 조합원들은 "지역 농협이 수익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조합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신축사업을 벌이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박 조합장을 직무유기와 농업협동조합법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써놓고 공동 고발자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합장의 부지 매입 시도가 이전하려는 부지 지주와 모종의 거래 관계여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지난 19일 정기 이사회가 끝난 후 박 조합장과 이·감사 등이 참석한 식사 자리에 이전 부지의 지주가 참석해 "왜 이사회에 상정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면서 일부 참석자를 향해 '혼날 것' '폭로하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
이에 대해 박 조합장과 이사들은 "지주가 그날 해프닝을 벌였을 뿐이며 특정인에게 금품을 언급하고 회유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박 조합장은 이전 부지를 구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2015년 당선 후 자신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주와는 아무런 거래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박 조합장은 "현재의 본점 부지(607평)가 좁고 오래돼 취임 후 신축을 위해 인근 부지 2필지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현재 자리에서는 성냥갑 같은 건물 밖에 세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이번에 번듯한 본점 건물을 건립해 하나로마트, 푸드뱅크, 영업점, 문화교실 등을 입점시켜 다용도 건물로 쓸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조합장은 오는 25일 임시 이사회, 다음 달 5일 대의원회를 열어 또다시 부지 매입 건 처리를 시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월배농협은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 소속 22개 단위 농협 중 예금대출 액수(올해 1조 9000억 원)면에서 2번째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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