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릴리, '약값 인하' 전면전…비만약 가격 경쟁 본격화


미국서 위고비·오젬픽 잇단 인하
제네릭 진입까지 겹쳐 가격 하방 압력 확대

노보 노디스크가 17일(현지시간)부터 위고비 가격을 낮춰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에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오젬픽’ 가격을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크게 인하하면서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향후 제네릭 진입과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까지 맞물리며 전반적인 약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17일(현지시간)부터 위고비·오젬픽 최저 용량 제품을 신규 환자에게 월 199달러(약 29만원)에 제공하는 특별가를 시행했다. 첫 2개월 적용 후에는 월 349달러(약 51만원)로 낮아진 가격이 적용된다. 기존 499달러(약 73만원)보다 최대 30% 저렴한 금액이다.

이는 당초 내년 1월로 예정됐던 가격 인하를 앞당긴 것으로, 앞서 이달 초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자사 비만·당뇨 치료제를 정부 보험프로그램에서 월 245달러(약 36만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초 가격 인하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노보 노디스크는 가격 인하 시점을 몇 달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에 밀리며 점유율이 하락한 데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특히 일라이 릴리 역시 내년 초 가격 인하에 들어가는 만큼 양사 간의 저가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고가 중심에서 대중적 가격대로 전환시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제네릭 진입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가격 하락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산도즈는 향후 위고비 제네릭을 오리지널 대비 최대 70%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 압박이 커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차세대 기전 개발과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저분자 화합물 기반 치료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릴리는 저분자 화합물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 출시를 준비 중이며, 국내에서는 일동제약과 한미약품이 관련 파이프라인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약가 변동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대비 낮은 가격으로 이미 공급 중인 데다 국내 공급가는 올해 일부 조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위고비 판매가는 용량별로 20~30만원대, 최대 용량(2.4mg)도 30만원대에 머문다. 지난 8월 마운자로가 출시될 당시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국내 공급가를 용량별로 10~40%가량 조정한 바 있다. 마운자로 역시 국내 출시가는 미국 대비 크게 낮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구조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가격이 조정될 경우 글로벌 기준 가격이 내려가며 국내 도입가 협상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주사제·경구제 등 다양한 제형이 출시되면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는 제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처방가 자체를 낮출 여력이 크고 제형 간 전환 수요가 빠르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다품목 경쟁 체제가 갖춰지면 제약사 간 동일 성분·동일 기전의 '수평 경쟁'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LP-1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가격 인하는 불가피한 흐름이 됐다"며 "후발주자들은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기존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다시 계산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p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