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망원동=이상빈 기자]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에 들어서면 제래시장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새발처럼 갈라지는 골목마다 이 지역을 빵의 성지로 만든 빵집이 즐비하다. 그 덕분에 이곳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성지 순례하듯 찾아온다고 해 '빵지 순례' 명소로 불리고 있다.
낮 기온이 영상 7도를 웃도는 쌀쌀한 19일 오후 1시. <더팩트>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한 이곳, 빵집 거리를 방문했다.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망원동 빵집'을 검색하면 카페와 베이커리를 포함해 30곳이 넘는 매장이 나온다. 포털에 나오지 않는 곳까지 포함하면 실제 매장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순례자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대감에 부풀어 찾은 현장에서 뜻밖의 상황과 마주했다. 방문 전 검색해 리스트에 넣어놨던 일부 유명 매장이 휴무였다. 실제 휴무일은 월요일과 화요일이지만, 수요일인 이날 임시로 쉬어간다는 안내문을 매장 입구에 부착했다.
이 외에 생각보다 문을 닫은 매장이 많았다. 골목을 지나며 마주하는 매장마다 문앞에 걸린 'CLOSE'라는 팻말이 간판보다 먼저 눈에 띄었다. 포털사이트 지도 앱에서 검색했을 때 보던 'OPEN'은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거리 안쪽까지 들어갔고 망원시장을 통과한 끝에 문을 연 매장을 발견했다. 30분 동안 찾아 헤매면서 발견한 영업 중인 매장은 네다섯 곳. 그마저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유명 매장 한 곳은 이미 오전에 앱을 통해 예약을 마감한 상태였다.
그곳에서 같은 처지의 순례자 세 명을 만났다. 자신들을 각각 백수, 학생,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20대 초중반의 이 여성들은 빵지 순례를 목적으로 망원동에 처음 왔지만 그들 역시 방문을 계획했던 매장이 임시 휴무라서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며 문을 연 곳을 찾아 그런대로 소원 풀이를 하고 있었다.
반차를 쓰고 왔다는 일행 중 유일한 직장인 A 씨는 "요즘 망원동이 워낙 유명하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도 많이 나와서 저희도 먹어 보고 싶어 왔는데 임시 휴무인 데가 많았다"며 "임시 휴무를 하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갔던 곳 중에서, 제가 보기에는 공지가 없었는데 문을 닫아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방문한 매장은 겨우 두 곳. A 씨는 "한 곳에서 두 개, 다른 곳에서 여섯 개 사서 3만 원 정도 든 것 같다"고 이날 쇼핑 내역을 설명했다.
'이곳에 오기 전 가장 기대한 빵이 무엇이냐'고 묻자 학생 B 씨는 "명란소금빵이다"라고 답했다. 다행히 그들의 손에는 명란소금빵이 쥐어져 있었다. 그들이 이날 찾은 빵집 두 곳 중 한 곳에서 그 빵을 팔았다.
허탕만 여러 번 쳤을 그들에게 '망원동 빵집 거리가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A 씨는 "(임시 휴무일 때) 소셜미디어 계정에만 올리는 게 아니라 그 (포털사이트) 지도 맵에도 공지를 해주면 더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영업 중인 한 매장 직원은 "고정 휴무일은 포털사이트와 인스타그램에 공지하고 있다. 임시 휴무를 하는 건 매장마다 다른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변 매장 직원도 "저희 역시 다른 데가 언제 쉬는지는 잘 모른다. 주말에는 오픈런이 있을 정도로 바쁘다 보니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망원동에 도착한 후 2시간 동안 세 곳을 돌며 약 2만 9000원에 빵 여섯 개를 샀다. 일부 인기 품목은 없어서 건지지 못했다. 기대했던 몇몇 매장은 임시 휴무라 문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인터뷰에 응했던 세 여성의 말처럼 이 거리의 얼굴인 빵집들이 바로바로 공지하고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등 보다 친절해진다면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순례자를 불러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망원역으로 향하는 도중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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