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연구개발비 '홀쭉'···상반기 적자·리밸런싱에 몸집 줄이기


올해 3분기 R&D 2813억원···전년比 23%↓
그룹 차원 극한의 몸집 줄이기 여파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업황 부진에 따른 적자와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들어 실적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다시 R&D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SK이노베이션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은 2813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3669억원보다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0.46%로 전년 0.66%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회사 수익이 부진하다 보니 투자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매출액 19조3066억원, 영업손실 4176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10.9% 감소했다. 1분기에도 악화된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회사는 극한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사장단은 지난 5월 배터리 사업 부진, 석유화학 업황 침체 등에 따라 실적이 악화하면서 책임경영 차원에서 연봉의 20~30%를 자율적으로 반납하기로 했다. 추형욱 대표이사는 5월부터 급여의 20%를 반납하고 있다. 추 대표는 올해 상반기 급여 5억6000만원과 상여금 7억원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사보수 지급기준에 따라 기본급을 총 12억원으로 결정하고 1억원을 4월까지 매월 지급했으나 책임경영 일환으로 올해 5월부터 월 기본급의 80%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로 정하고 해외 출장 때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차원에서는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에 따른 극한의 몸집 줄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취지다.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으로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다 보니 R&D 투자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리밸런싱의 중심축이 되면서 메자닌 발행이 는 것도 부담이 됐다.

19일 SK이노베이션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은 2813억원으로 조사됐다. /SK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SK E&S를 합병하며 종합 에너지 회사로 거듭났다. 지난 7월에는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지분을 전부 재매입했다. 7월 말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의결했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법인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자회사 합병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 각종 메자닌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지난 7월말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30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목표치를 20조원으로 제시했다.

3분기 실적이 개선된 만큼 다시 내년 R&D 투자를 늘릴지 주목된다. 올해 3분기는 매출액 20조5332억원, 영업이익 57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9911억원이 증가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에 따라 2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4분기에도 실적 호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사업은 OPEC+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이 있으나,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우려가 상존해 정제마진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분기보고서에 나온 연구개발비용은 연결 기준으로, 각 사업자회사(OC) 별로 연구 과제에 따라 투자금액은 매년 줄었다 늘었다 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향후 신규과제가 추가되면 다시 증가한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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