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덕 의원은 19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그분 입에서 민생이라는 말이 나오면 꽤 역겹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쿠팡 새벽 배송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를 이어오는 와중에 한 대표가 '민주당이 새벽 배송을 금지하려 한다'며 국민을 갈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주 쿠팡 새벽배송 희생자' 유족들과 가진 쿠팡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새벽 배송 자체를 금지하자는 것 아니냐고 국민의힘의 전 법무부 장관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 의원은 "저희는 (현재) 사회적 대화를 하는 도중이고, 이 과정에선 충분히 각자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어야 그 내용들을 가지고 조율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한 전 대표는) 거기서 나온 (논의의) 한 부분을 가지고 '민주당이 새벽 배송을 금지하려 한다'고 하면서 갈라치기 한다. 국민을 갈라쳐서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본인이 권한을 가질 때에는 민생과 관련된 정책 결정들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새벽 배송 문제를) 그렇게 써먹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새벽배송' 논쟁을 정치권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연일 새벽배송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선 새벽배송 찬반을 두고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공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이 쿠팡 유관자와 오찬을 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상설특검을 임명한 다음 날인 18일 김정욱 대한변협회장과 쿠팡 상무이자 대한변협 간부인 A씨와 오찬 회동을 해 논란이 됐다.
민 의원은 '쿠팡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조치가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인데, 서 의원의 처신이 절절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인들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쪽도 만나고 저쪽도 만난다"며 "쿠팡 유관자와 점심식사를 했다는 것이 그쪽으로부터 어떤 로비를 받았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거기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찬을 했다는) 그것 자체를 가지고 부적절하다고까지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을지로위는 지난 10일 제주에서 사망한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유족들과 함께 쿠팡에 '공식 사과'와 '과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고인의 휴대폰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고인은 주 6일의 연속적, 고정적 새벽배송 업무를 해왔다"며 "야간 할증기준을 고려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이 무려 83.4시간에 달했다"고 했다. 이어 "고인은 연속 5일 간의 야간배송 노동을 한 뒤 3일 간 아버님 장례를 치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심각한 과로 상황에 노출돼 있었다"며 "그런 뒤 단 하루의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고, 그 첫 출근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