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 구속영장 '십중팔구' 기각…수사종료 열흘 앞 난기류


10건 청구 중 1건만 발부…임성근 유일
이번주 중 '수사외압' 무더기 기소 전망

이명현 채상병 특별검사와 특검팀이 7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수사기간 종료를 앞두고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줄줄이 신청했지만 1건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됐다. 수사기간 종료 열흘을 앞두고 수사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검팀이 청구 김선규 전 공수처 수사1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의 구속영장을 전날 모두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수집된 증거관계에 비춰 피의자가 현재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고 보이는 점, 일정한 직업과 가족관계, 수사경과 및 출석상황 등을 고려하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공수처가 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시기 부장검사로 근무하며 공수처장과 차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했다. 앞서 특검팀은 당시 이들이 고의로 수사를 지연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구속심사 결과를 놓고 "진술뿐만 아니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객관적 자료들, 당시 공수처 관계자 등 여러 당사자들의 대화내역 등을 상당히 확보했다"며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이 사실관계에 대해 다투고 있는 건 맞다만 특검팀 입장에서는 이걸 직권남용 등으로 의율할 수 있느냔 법리적인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입증할 정도로 확인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0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김해인 기자

지난 7월 2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 특검팀은 현재까지 총 10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9건이 기각됐다.

특검팀은 출범 약 보름 만인 7월 18일 모해위증 및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처음으로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나흘 뒤인 22일 "현 단계에서 방어권 행사의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약 3개월간 단 한 건의 신병확보 시도를 하지 않은 채 피의자 및 참고인 조사를 이어왔다. 이어 지난달 20일 수사외압 혐의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했다. 김 전 사령관에게는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해 다시금 구속 시도에 나섰다.

다만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달 24일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됐다"며 5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들과 같은날 구속 심사대에 오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임 전 사단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11포병 대대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추가로 청구하지 않고 추후 법정에서 피의자들의 혐의를 소명할 방침이다. 정 특검보는 이날 '10번째 구속영장 청구인데 어떤 부분에 부족함이 있어 9번이 기각됐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따로 말씀드리진 않겠다"며 "수사 과정에서 매우 두텁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공소유지 단계에서 내용들을 확인하면 충분히 법원을 설득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애초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에 주로 적용된 직권남용죄는 판례가 까다롭고 유죄 판결도 쉽지않은 범죄로 꼽힌다. 구속을 하기도 쉽지않다는 의미다. 범죄사실 포착 초반 신병을 확보해 진술을 받기 위한 목적이라면 몰라도 이미 대면 조사를 수차례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도 떨어졌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속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영장을 10개 청구해서 1개 발부됐지만 나머지 9개가 발부되고 임 전 사단장 영장이 기각됐다면 타격이 더 컸다"이라며 "임 전 사단장은 특검 출발점이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면 허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건 발생 약 2년 4개월 만인 지난 10일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상현 당시 제2신속기동부대장과 최 전 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모 중대장 1명 등 해병대 지휘관 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오는 20일 또는 21일 수사외압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피의자들의 기소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범인도피 의혹 관련 처분을 예고했다.

수사기간 종료(11월 28일)를 이틀 앞둔 26일에는 전체 수사결과를 종합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 특검보는 "(이외에도) 공수처 사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및 허위공문서 작성, 국가인권위 사건 등이 있다"며 "종합해서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의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은 혐의점이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개신교계 구명로비 의혹'을 받는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과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의 공판 전 증인신문이 오는 24일과 28일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해당 내용을 증거로 제출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수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30명 안팎의 공소유지 인력과 함께 특검팀 사무실을 조만간 서초동 흰물결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다. 해당 사무실은 2022년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검팀이 사용하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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