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3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29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 전 차장에 대한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앞서 법정에 제출된 조서나 문서 등이 증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진정성립 절차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홍장원 메모'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공방을 벌였다.
이 메모는 총 3차례 보완을 거쳤다. 1차 메모는 12·3 비상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직접 작성한 자필 메모이고, 2차 메모는 홍 전 차장의 지시로 보좌관이 1차 메모를 토대로 작성했으며 현재 폐기됐다.
문제가 된 3차 메모는 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오후 4시경 보좌관이 기억에 의존해 2차 메모를 다시 파란색 두꺼운 펜으로 작성했으며, 홍 전 차장이 검은색 얇은 펜으로 가필했다.
메모에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딴지일보, 권순일, 정청래, 헌법재판관, 대법관, 선관위원장, 김명수, 김민웅, 민주노총위원장, 권순일 등 주요 인사 이름과 직책이 적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메모를 대부분 보좌관이 작성했지만, 작성자가 증인으로 신청이 안 됐고 작성자가 불분명해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메모 중에 증인이 작성한 부분은 별로 없고 나머지는 보좌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부분 진정성립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도 직접 발언권을 얻어 "초고라는 게 보면 지렁이 글씨"라며 "그것을 가지고 보좌관을 시켜서 이런 것을 만들었다고 하니, 초고라는 거 자체가 이거하고 비슷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본인(홍장원)이 나중에 신빙성 때문에 부하를 통해서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라며 "진정성립 인정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작성자인 보좌관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라며 "어떻게 보면 작성 부분의 출처가 불명한 문서라서 그 부분 증거 채택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보좌관이 메모를 대필한 것에 불과하다며 홍 전 차장이 실질적 작성자이므로 메모를 증거로 채택해야한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실질적인 작성자는 홍 전 차장인 것을 확인했다"며 "형식적 작성자로 보기 힘들고 실질적 작성자로 봐야 하고, 재판장님 말씀처럼 보좌관은 대필에 불과하고 사후적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증인이 가필까지 해서 완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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