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책임자(CVO)의 8조원대 재산분할을 둘러싼 이혼 소송이 시작됐다. 권 CVO 아내 측은 남편이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산 평가 기준이 재판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권 CVO 부부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권 CVO와 아내 이모씨는 출석하지 않았고 양측 법률대리인만 법정에 섰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2년 11월 15일 이씨가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스마일게이트 공동창업자로 2002년 대표이사를, 2005년까지 등기이사를 맡은 이력을 들면서 회사 경영과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권 CVO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가치다. 감정 결과에 따르면 현재 권 CVO의 지분은 최소 4조9000억원에서 최대 8조160억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됐다. 경우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뿐 아니라 그룹 지배 구조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권 CVO 측은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씨 측은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면 실제 가치가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이날 이씨 측은 권 CVO가 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으로 보인다는 관점을 시사했다. 1차 변론 후 이씨 측 변호인단은 "재산 감정액이 상속세·증여세법과 현금흐름법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책정된다"며 "피고 회사가 이혼 소송을 시작한 해 연말에 단행한 자회사 합병과 이후 스마일게이트RPG 상장 절차가 중단된 데 따른 영향 등으로 3조원 정도 차이가 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상장 절차가 멈춘 것에도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이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한 달 뒤인 2022년 12월 29일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토브, 메가랩, 에스지피엠, 슈퍼크리에이티브 등 자회사를 흡수합병했다. 상증세법은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순자산가치와 최근 3년 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해 산출하는데, 일부 자회사가 적자를 낸 상태에서 합병이 이뤄지면 모회사 가치가 하락하는 구조다. 반면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 현금흐름과 성장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 간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이씨 측은 이 합병 시점과 스마일게이트RPG 상장 무산이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상장이 성사됐다면 시장 평가액이 수조원 이상 높아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합병 이후 스마일게이트RPG의 독립 법인 형태가 해소되면서 상장 추진이 멈춘 데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스마일게이트 측은 자회사 합병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속적인 적자와 사업 중복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이혼 소송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향후 심리를 통해 합병과 상장 중단이 단순한 경영 판단이었는지, 재산 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였는지를 가려낼 것으로 전망된다.
권 CVO 측은 1차 변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정리한 주요 쟁점, 감정 결과 및 증거조사를 토대로 내년 1월 2차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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