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산=이수홍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바닷속 경주'로 불리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을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추가로 또 새로운 난파선이 묻혀있는 징후도 확인했다.
태안 마도4호선은 2015년 수중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역사 속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세곡 운반선의 실체를 드러낸 귀중한 수중유산이다.
이 조운선은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0여 점을 비롯해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 중 ‘내섬(內贍)’이라는 글씨가 확인돼 이 배가 전라도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난파됐음을 보여준다.
선박 안에서 발굴된 분청사기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되었고, 선박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1410~1433년)를 토대로 1420년쯤에 침몰한 조선 전기의 세곡선으로 밝혀졌다.
'광흥창'은 관료의 녹봉을 관리하던 관청으로 현 서울 마포구 일대를 가르키고 '내섬'은 조선시대 궁궐 공물과 외빈 접대용품을 관리하던 관청인 ‘내섬시(內贍寺)’를 일컫는다.
2015년 발굴한 후 보호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해 두었던 선체를 발굴 10주년을 맞은 올해 침몰 600여 년 만에 인양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통일신라(1척)와 고려(17척)의 고선박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으나, 이번 인양으로 조선시대 선박의 실물 자료를 처음으로 확보한 의미도 있다고 해양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마도4호선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조선 전기 선박의 특징은 △고려 선박이 중앙에 돛대 한 개만 세웠던 것과 달리, 마도4호선은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항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 방향에 따른 조정이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선박이 목재를 세로로 배열해 앞판(船首材, 선수부)을 조립한 반면, 마도4호선은 가로로 배열해 내구성을 높였다.
큰 나무못과 보조못을 함께 사용한 고려 선박과 달리, 마도4호선은 작은 나무못을 다수 사용해 선체를 정밀하게 연결한 차이점도 있다.
또한 선체 수리에 쇠못을 사용했다. 이는 기존 확인된 선박들이 나무못을 사용했던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고선박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이다.
해양연구소 측은 마도4호선 인양을 진행하는 동시에, 음파탐사로 마도 해역 일대를 조사하던 중 또 다른 고선박의 흔적을 확인했다. 잠수 조사 결과 △청자 다발 2묶음 87점(1150~1175년경 제작) △접시 65점(완 15점, 잔 7점)을 발견했다.
또 △목제 닻과 밧줄 △볍씨 등과 함께 △고선박의 선체 조각과 △화물받침목(통나무)도 발견됐다. 유물 구성과 양상은 마도 1·2호선과 유사해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이 추가로 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바닷속의 경주’로 불리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려 선박들의 침몰 시기가 각각 △태안선(12세기 후반) △마도1호선(1208년) △마도2호선(1210년경) △마도3호선(1265∼1268년경)의 순서로 추정된다.
그동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유물은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인근 국립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다.
해양연구소 측은 "국내 유일의 수중유산 발굴기관으로서 바닷속에 잠든 역사를 발굴해 과거와 미래를 잇고 우리나라의 해양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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