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요타는 왜 드라이버의 '소통' 능력을 중시할까


모터스포츠로 사람을 키우는 토요타의 철학
레이싱에서 시작된 '소통 중심' 차 만들기

8일 일본 토요타시에서 열린 WRC 챌린지 프로그램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왼쪽부터) 드라이버 야나기다 간타, 마츠시타 다쿠미, 타카하시 토모야 토요타 가주 레이싱(GR) 사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이치현=황지향 기자

[더팩트ㅣ아이치현=황지향 기자] "랠리는 인재 육성의 장이다."

타카하시 토모야 토요타 가주 레이싱(GR) 사장은 지난 8일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에서 열린 '2025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랠리 재팬' 현장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순히 빠른 드라이버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드라이버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토요타가 지난 2015년부터 젊은 드라이버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WRC 챌린지 프로그램 참가자 2명도 함께 했다.

토요타는 반세기 넘게 세계 모터스포츠 현장을 누벼 왔다. 극한의 환경에서 쌓은 데이터와 경험은 양산차 개발의 뼈대가 됐다. '길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차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토요타는 여전히 도로 위에서 배우고, 개선하고, 검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출시된 GR 야리스는 그 철학의 상징이다. 타카하시 사장은 플랫폼 개발 단계에서부터 WRC의 노하우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서스펜션 스트로크 확보 같은 구조적 설계도 랠리 사용을 전제로 했으며 지난해 모델부터는 드라이버가 집중해 운전할 수 있도록 콕핏을 대폭 수정했다.

이런 철학은 드라이버 육성 방식에서도 이어진다. 토요타는 WRC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젊은 드라이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훈련 거점은 핀란드 위베스퀼레로 드라이버들은 현지 코치진의 지도를 받으며 주행·페이스노트·피지컬·멘탈 트레이닝을 병행한다. 타카하시 사장은 이 프로그램을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젊은 선수가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스템"이라고 했다.

랠리 재팬 서비스 파크에서 점검 중인 토요타 GR 야리스 랠리1 차량. /황지향 기자

이 프로그램의 경험을 오로지 드라이버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엔지니어와 메카닉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토요타는 핀란드 현지에 토요타 직원을 파견, 이들이 랠리카 개발과 유지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 경험은 양산차 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구조로 자리잡는다.

드라이버는 단순히 '선수'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토요타는 드라이버의 의견을 차량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한다. 직접 차를 몰고 도로를 몸으로 느낀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도로가 토요타의 연구소라면, 드라이버·엔지니어·메카닉은 현장의 연구자다.

드라이버 챌린지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많게는 수백 대 1에 이른다. 타카하시 사장은 선발 과정에서 단순한 속도보다 인성과 성장 가능성을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핵심 자질로 꼽았다. 차량 개발은 팀원·엔지니어·메카닉 간 긴밀한 협업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팀원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체계 속에서 젊은 드라이버들이 차례로 성장하고 있다. 3기생 마츠시타 다쿠미는 현재 랠리3 클래스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차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전면부가 손상됐을 때는 크루가 직접 수리해야 하는데 어떤 부분이 고장났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라면서도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세한 부분을 더 다듬어야 한다. 변화해야 할 순간에 보수적으로 되는 면이 있어 앞으로는 그런 벽을 깨는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4기생 야나기다 간타는 "아직 미숙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클래스 우승을 했다. 악조건 속 펼쳐진 대회라 탈락자가 속출했지만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고 했다.

토요타가 레이싱을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레이싱은 단순한 승부의 장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고 기술을 축적하며 더 나은 차를 만드는 과정이다. 랠리 현장에서 단련된 드라이버와 엔지니어가 다시 양산차 개발로 돌아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 그 자체가 토요타가 말하는 '더 나은 차 만들기'의 방식이다.

hya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