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안양=김동선 기자]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90세 노인이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행정복지센터 3층 소공갤러리에서는 올해 아흔 나이에 개인전을 여는 이동문 작가의 '구순의 붓끝, 꽃, 새 깃들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9일 안양시에 따르면 이동문 작가는 코로나19 시기에 바깥 활동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손녀가 선물해 준 물감과 그림 공부 책으로 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붓 하나로 시작한 취미는 어느새 하루의 가장 큰 기쁨이 되었고, 작품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이를 눈여겨본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은 전시로 이어졌다. 이 작가의 자녀는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며 그 열정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께 작은 선물을 드리고자 전시를 직접 신청했다"고 말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도 가족들은 작품 정리부터 홍보 포스터 제작, 설치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며 어머니의 첫 개인전을 준비했다.
센터 3층 소공갤러리에 들어서면, 이 작가의 초창기 작품 40점이 전시돼 있다. 대부분 꽃과 새를 소재로 한 작품들로, 백합·장미·제비꽃·능소화와 수리부엉이·파랑새·소쩍새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이동문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보내는 일상이 매일 새롭고 감사하다. 최근에는 풍경화에도 도전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이 없어 작품을 공개하기 어려운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공갤러리의 운영 취지에 꼭 맞는 사례다. 지난 2023년 7월 개관한 소공갤러리는 '소소하고 소중한 공간 갤러리'라는 뜻으로,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에게 열린 전시 공간을 제공해 왔다. 지금까지 총 27회의 전시를 통해 660점의 작품이 선보였고, 1만 2000여 명이 다녀가는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