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착한 여자 부세미' 전여빈, 첫 타이틀롤 도전의 의미


가짜 인생 부여받은 김영란 役 맡아 활약
"감동과 열정이 감사하게 남아있다"

배우 전여빈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mmm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배우 전여빈은 첫 타이틀롤(제목에 명기된 등장인물)을 맡은 '착한 여자 부세미'에 남다른 사명과 책임감으로 임했다. 그렇기에 촬영 내내 출연 배우들, 스태프들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순간에 가치를 부여하며 함께한 이들에게 힘을 주는 배우가 되는 법을 고민했다. 매 작품 감동과 열정에 사로잡히는 그는 이제 내재된 에너지를 성숙시켜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갈 방법을 고민한다.

전여빈이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에서 방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극본 현규리, 연출 박유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부세미라는 가짜 인생을 부여받은 김영란 역을 연기한 그는 이날 작품과 캐릭터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인생 리셋까지 카운트다운 3개월, 한 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여자 경호원이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4일 종영했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올해 ENA의 화제작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첫 회 시청률 2.4%(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한 작품은 2회 4%에서 3회 4.5%로 상승하면서는 올해 ENA 월화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기록을 세웠다. 4회 5.1%로 상승한 작품은 이후 5%대 시청률을 유지하다가 11회 6.3%로 올랐고 마지막 회에는 7.1%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올해 ENA 월화드라마 1위뿐만 아니라 ENA 드라마 역대 2위에 오른 수치다.

전여빈은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 주셔서 너무 행복하다. 더울 때 배우들이랑 스태프들이랑 한마음 한뜻 모아서 고생하면서 찍은 작품이다. 우리끼리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찍은 작품이라는 편지가 시청자들에게 닿은 것 같고 답장을 받은 기분이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전여빈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경호원으로서의 김영란은 버림받은 길고양이 같은 느낌의 생존 본능이 가장 중요한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KT스튜디오지니

'착한 여자 부세미'는 전여빈이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이다. 공개 전부터 이목이 모인 가운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감이 있진 않았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사명을 갖고 연기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노력과 같은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이틀롤이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으면 오히려 더 굳어 있고 불필요한 긴장이 있었겠다 싶었어요. 대신에 현장에서 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열정적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주연으로서 책임감과 중심축을 가지려고 했고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나눠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한 것 같아요."

전여빈은 '착한 여자 부세미'의 복합 장르가 다양한 연령의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끌렸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 드라마는 그냥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고 하셨다. 범죄 로맨스 스릴러 거기에 코믹 휴먼이 들어가는 복합 장르라고 하시더라"라고 돌이켰다.

"짧은 영상을 많이 소비하는 시대에 12부작이 길다면 길 수 있는데 복합 장르라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다양한 연령의 시청자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기대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바랐던 것 중에 하나가 다양한 시청자분들을 만나는 것이었거든요."

전여빈은 극 중 부세미라는 가짜 인생을 부여받은 김영란으로 분했다. 김영란은 지독한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인해 늘 메마른 삶을 살았으나 가성그룹 회장 가성호(문성근 분)에게 달콤한 제안을 받고 완벽한 스펙을 가진 유치원 교사 부세미로 위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경호원으로서 김영란과 유치원 교사 부세미, 부세미라는 신분을 벗은 김영란 등 극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다채로운 변주로 표현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몰입감을 높였다.

배우 전여빈이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착한 여자 부세미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전했다. /KT스튜디오지니

경호원으로서 김영란은 메마르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전여빈은 "버림받은 길고양이 같은 느낌의 생존 본능이 가장 중요한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경호원 면접 보는 장면에서의 절박함은 제가 배우가 되고 싶어서 절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경호원 김영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색조가 거의 없는 메이크업을 했어요. 옷 같은 경우는 몸에 맞지 않는 의상을 입었고 목이나 팔다리 부분이 헤진 느낌을 구현하려고 했어요. 또한 일하는 시간이 많아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고 항상 경호 훈련을 하는 캐릭터니까 몸이 많이 가벼워야 할 것 같아서 체중 감량을 하기도 했어요."

그는 유치원 교사 부세미의 모습은 김영란이 어릴 적 바랐던 꿈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전여빈은 "편집된 이야기지만 김영란의 꿈은 원래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소년원을 다녀오면서 사회적 편견에 둘러싸이게 됐고 유치원 교사라는 꿈은 김영란에게 거대한 꿈이 돼 버렸다. 그런 김영란이 선망하는 삶을 생각하고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은 무채색의 옷만 입고 다니잖아요. 머리카락도 손질하지 않은 부스스한 채로 항상 묶고 다니고요. 부세미는 항상 정돈된 머리카락에 볼이 발그레한 메이크업을 했을 것 같다고 상상했어요. 옷도 화사한 옷만 입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부세미로 위장한 김영란이니까 제 옷이 아닌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훈련된 미소가 나오게끔 하려고 했어요."

작품 후반부에서는 무창마을에서 부세미로 살던 김영란이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지자 부세미가 아닌 김영란으로 돌아가 가선영(장윤주 분)과의 정면 승부를 택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에 전여빈은 "초반의 김영란과 중간의 부세미를 거쳐서 김영란과 부세미가 합쳐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가선영을 향한 복수가 가성호 회장만의 복수가 아닌 자신의 복수가 된 만큼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전하려고 했다. 이전까지는 최소한의 공격이 방어였다면 이제는 방어를 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단단한 심지가 있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전여빈이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착한 여자 부세미에 임하면서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mmm

세밀한 캐릭터 변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한 전여빈은 지난 1월 영화 '검은 수녀들'과 지난 7월 종영한 SBS 드라마 '우리영화'에 이어 '착한 여자 부세미'까지 '열일' 행보로 관객 및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 같은 '열일'의 동력은 배우가 되고 싶은 열정 하나였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제가 여기 살아있음을 소리치며 알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 생명력을 붙들고 있는 제 존재를, 제 쓸모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쓰임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심했고 역할이 생길 때마다 황홀한 기분이었어요. 그러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 감동과 열정이 감사하게도 아직 있어요."

전여빈은 올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만큼 자신에게 남아 있는 열정이 성숙하게 오래 머무르길 바라며 쉬는 동안 공부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정말 달렸다. 이제 작품이 끝났으니 제게 있는 열정을 어떻게 생명력 있게 성장시키고 성숙시킬 수 있을지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어떤 연기를 하는지,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등을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열정을 다한 전여빈에게 '착한 여자 부세미'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답변에 신중을 기한 듯 한참을 뜸 들인 그는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 순간들이 무엇인지 자꾸 질문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연이다 보니 적게 나오는 날이든 많이 나오는 날이든 매일 출근하게 됐어요. 그런데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드라마가 무엇이길래,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혼자서 많이 되뇌게 됐어요. 그러면서 함께 사랑하는 작업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됐고 이들에게 힘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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