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통일교가 준 일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던 김 여사가 돌연 입장을 바꿔 자백한 것을 두고 보석 심문을 앞둔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롭게 등장한 '50대 남성'도 수사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김 여사는 변호인단을 통해 "김 여사는 전성배 씨에게서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샤넬 가방 수수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며 "저의 부족함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통일교에서 받은 대가성 금품이라는 의혹도 부인했다.
지난 4월 시작된 검찰의 압수수색과 이어진 특검 수사에서 김 여사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왔다. 지난 9월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를 따지는 첫 재판에서도 김 여사는 샤넬 가방 등 물건을 전달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여사 측은 그동안 특검의 무리한 수사 탓에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명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섣불리 인정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여사가 입장을 바꾼 건 일종의 재판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지난 3일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 심문을 앞두고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와 반성 없는 태도 등으로 보석에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또 일부지만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고의나 대가성은 없었다는 논리로 재판부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김 여사의 알선수재 혐의 성립이 어려워진다. 알선수재 혐의의 경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입증'이 핵심 요건이다.
전 씨의 진술 번복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단계에서 김 여사에게 건넨 물건을 잃어버렸다던 전 씨는 법정에서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를 줬다고 증언하고, 특검에 샤넬 가방 3개, 샤넬 구두 1개, 그라프 목걸이를 제출했다.
불리한 진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면 부인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진술 번복이 "모순되고 거짓된 태도"라며 "그동안 부인하다 2회에 대해서만 인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수수 사실을 파악했고 전 씨에게 받은 물건들의 사용감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새로운 50대 남성 이모 씨의 등장도 주목된다.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7월 사이 진행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또 다른 '주포'로 알려진 이 씨는 건진법사 전 씨를 김 여사에게 처음 소개해 준 인물이다.
건진법사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김 여사 휴대폰에서는 이 씨와 수백 회 이상 나눈 메시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씨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난 1차 작전의 어떤 혐의점을 발견해 수사하고 있는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특검의 압수수색 당시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던 이 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도주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특검 관계자는 "피의자는 도주 중으로 특검은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라며 "신병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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