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정보 공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알리미 등 대학정보공시 플랫폼에서조차 졸업 후 연봉 등 핵심 정보가 부족하고, 있는 대학 데이터조차 여러 기관에 분산 관리돼 접근성이 떨어진다. 미국, 호주 등은 대학 졸업생 취업률 뿐 아니라 졸업 후 소득, 고용주 만족도까지 공개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교육개발원)은 6일 서울 한 호텔에서 '혁신·지역성장·글로벌 협력의 동력으로서의 대학'을 주제로 교육정책포럼을 열었다. 고영선 교육개발원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등록금 인상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대학 간 경쟁과 자율 촉진을 꼽았다. 고 원장은 "대학이 누리는 자율이 높지 않고 대학 간 경쟁이 활발하지 않으면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지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큰 효과가 없다"며 "대학이 연구 재원 확보와 우수한 학생과 우수한 교수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유도하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정부 통제와 간섭을 최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정보공개 내용과 형식 개선'을 제시했다. 대학정보공시제는 대학 교육, 연구 여건에 대한 주요 정보를 공개해 학교 선택과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제공 방식이 비효율적이고 학생이 진학할 대학과 학과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대학정보공시 플랫폼인 '대학알리미'는 해당 대학 졸업생의 진학률, 취업률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규직 여부, 평균연봉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같은 대학 내 학과별 취업률은 공시하고 있지만, 동일 학과라도 어느 대학의 취업률이 더 높은지 비교하기는 어렵다.
고 원장은 "졸업 6개월 내 취업율, 정규직 여부, 중위 수입 등의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며 "대학서열화라는 대학 입장에서의 우려보다 고등교육 수요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정보 부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원에 따르면 미국의 SAT 주관 기관인 칼리지보드에서는 대학의 학비, 재정 지원 수준, 졸업률, 졸업 후 소득, 부채 소득 등 학생과 가족이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보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다. 호주의 QILT(대학 학습 및 교육 품질 지표)도 대학별로 비교 가능한 정보인 졸업생 성과, 고용주 만족도 등을 투명하게 제공한다.
백승주 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실 연구위원도 '대학성과의 진단과 과제' 발표에서 현재 대학공시제도가 대학교육의 질 개선과 자발적 구조개혁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대학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그나마 확보하고 있는 대학에 대한 다양한 정보조차도 분리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백 연구원에 따르면 대학알리미, 대학재정알리미, 대학어디가, 대학통계서비스, 에듀데이터 서비스 등에서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관리 기관은 대학정보공시센터, 한국사학진흥재단, 대입정보포털, 한국교육개발원, 한국학술정보원 등으로 제각각이다.
백 연구위원은 "어떤 메뉴를 어떻게 활용해야 될 지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낮아 이 모든 것의 이용률은 20%도 되지 않는 등 저조한 상황"이라며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데이터를 잘 끌어오고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