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신진환 기자] "저는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가 아니라 영업을 도와줬던 사람이다. 만약 제가 실제 여론조사를 했다면, 피플네트웍스(PNR)가 저를 사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 아닌가. 왜 제게 '영업사원이야'라고 이야기했겠나. 상식적으로 이건 말이 안 되잖나."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는 5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래한국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 의혹과 2021년 보궐선거 및 2022년 지방선거 주요 정치인의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 있는 여론조사업체였다. 지난해 4월 폐업했다. 관련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연구소의 실질적 '주인'이 누군지 쟁점이 되고 있다.
문을 닫기 전 연구소는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김태열 전 소장과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최초 폭로자인 강혜경 씨, 그리고 명 씨 3인 체제로 운영됐다. 연구소의 실소유주가 누군지에 대한 주장은 엇갈린다. 검찰의 수사 과정 등에서 등기상 대표 김 전 소장과 강 씨는 연구소의 실소유주는 명 씨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명 씨는 자신은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명 씨는 이날 자기주장에 대한 몇 가지 근거로 취재진에게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부사장이자 실무자로 알려진 강 씨가 실질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겼다. 지난해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명 씨가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된 것과 배치된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녹취록은 강 씨와 주요 정치인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던 PNR의 서명원 대표와 통화 내용이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강 씨는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시점인 지난해 9월 22일 서 대표와 통화에서 "영업"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는 서 대표가 "명태균은 항상 나와 통화할 때 '나는 연구소와 상관이 없다'(라고 말한다)"라고 말한 직후 이어진 말이다. 또한 서 대표가 "연구소가 명태균이 거라는 신문 기사들이 나오고"라고 언급하자, 강 씨는 "아닌데"라고 언급했다. 곧바로 서 대표는 "나도 아닌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또 "명태균은 저와 일을 했다. 영업사원 3명으로, 그러니까 연구소가 직원이 아무도 없다. 나, 김(태열) 소장과 3명이 일하면서 들어오는 돈에 대해 N분의 1로 하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그리고 (여론)조사는 내가 다했고, 자료를 주면 명태균은 그 자료 하나 들고 올라가서 입으로 바르는 영업을 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녹취록에는 통화 당사자 모두 미래한국연구소라는 정확한 업체명을 썼다).
명 씨가 두 번째로 제시한 녹취록 역시 강 씨와 서 대표의 통화 내용이다. 22대 총선 전인 지난해 1월 27일 이뤄진 통화로, 경남 창원시 모 지역구의 여론조사를 한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서 대표는 통화 개시 직후 강 씨에게 "주변에 아무도 없지?"라고 확인하며 여론조사 결과로 추정되는 발언을 한다. 서 대표는 "방법은 묻지 말고, 2%는 앞서게 해놨어"라고하자 강 씨는 "음...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한다.
서 대표는 특히 "'명(태균)'한테는 절대 코멘트 하지 마라. '명'이 지금 유출이 될까봐"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강 씨는 명 씨를 가리켜 "네네. 요주의 인물이에요"라고 답했다.
이 녹취록으로 이들의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명 씨는 "얘들이 이런 식으로 국회사무처 돈도 해먹은 것이다. 녹취록에 '명이 알면 안 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나는 절대 몰랐다. (연구소 실소유주가 나였다면 관계가 유지돼) 나하고 (서 대표가) 의논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장 많이 정치인들을 아는 나와 (짬짬이) 해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씨는 2023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공모해 여론조사 용역비 지급 신청서 등을 허위 제출해 국회 정책개발비 2000만 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지난 2월 이에 대해 강 씨 변호인은 "해당 행위는 김영선 전 의원 지시 아래 이뤄진 행위로 강 씨가 착복한 돈은 없고, 관련 용역은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명 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기간 본인의 아내와 서 대표의 통화 녹음도 제시했다. 통화 시기는 지난해 12월 17일이다. 사실상 여론조사업체로서의 시스템이 미비했던 연구소는 2019년부터 PNR에 여론조사를 맡겼고, 비공표용 여론조사도 전화회선 등을 빌려 진행했다. 그런데 연구소는 PNR 측에 대금을 주지 못했고, 강 씨는 2022년 7월 6000여만 원의 미수금 변제 각서를 썼다.
명 씨의 부인과 서 대표의 통화는 PNR의 미수금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다. 서 대표는 통화에서 "명 씨와 저는 돈이나 뭐 이런 관계에 대해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무조건 저는 강 씨와 일을 한 거다. 명 씨와 저는 비즈니스 관계가 명확하게 없다"라고 언급했다. 명 씨가 연구원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내놓은 통화 녹음 중 일부다.
명 씨는 그해 7월 29일 강 씨가 김 전 소장과 통화에서 미지급금과 명 씨에게 김 전 의원 선거자금으로 빌린 돈 6000만 원 중 5000만 원을 돌려주면 사무실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며 지급 시기나 방법을 늦추는 걸 대화해 보라는 취지의 육성이 담긴 녹음도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들과) 동업자라면 (제게) 참아달라고 하겠나. 왜 저를 설득시켜라, 이해시켜라는 의논을 자기들끼리 하나. 강 씨와 김 전 소장이 동업한 것이다. 제가 연구소 실소유주라는 보도들은 취소(정정)됐으면 한다."
한편, 명 씨는 오는 7일 열리는 김건희 씨 재판에 씨가 증인으로 다시 출석한다.